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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저트(추가정보)

짝퉁과 레플리카와 패러디 사이

by 크림슨 킴 2023. 2. 4.

원본이 되는 상품을 모방해서 개발한 상품을 모조품이라 칭한다.

흔히 산업재산권 중 상표권을 위반해서 개발한다고 생각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

그 경계가 짝퉁 - 레플리카 - 패러디 사이에 모호하게 걸쳐있는데 -

오늘은 그것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짝퉁

 

남들이 잠드는 시간에 열리는-

 

흔히 짝퉁은 상표권 위반품(가품)을 멸칭으로 일컫는 말이다.

대중화되어 있는 입수처는 새벽에 열리는 동대문의 '새빛시장'이 유명하다.

특유의 천막색 덕에 '노란 천막'이라는 은어로도 불린다.

수 백만원을 호가하는 명품들도 이 곳에서는 비싸봐야 옷과 가방을 막론하고 10만원 안쪽으로 구할 수 있다.

그래봐야 당연히 가짜지만.

 

광저우 짝퉁 매장.

 

동대문은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으로부터 상품을 도매로 사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국은 잠재고객이 워낙 많고 단가 역시 저렴하기 때문에 국내 생산 가품에 비해 평균적인 수준이 더 높다.

가품도 소위 말하는 '급'이라는게 있지만, 너무 상세히 말하기 곤란하기에 다른 게시글에서 언급한다.

구매가 불법은 아니지만, 정당하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구매를 권장할 수는 없다.

 

 

레플리카

 

가품 업자들이 유통과정에서 짝퉁이라는 멸칭을 사용하면 없어보일게 뻔하니, 그럴듯한 단어들을 붙이기 시작한다.

거기서 희생된 대표적인 피해자가 레플리카다.

레플리카는 본디 예술계에서 사용하던 용어로, 원작을 복제한 모작을 의미한다.

 

두바이에 다비드상?

 

그래봐야 복제품인데 짝퉁과 뭐가 다른가 하면, 이 쪽은 수익 창출이 목표가 아니라 원작 보존 및 구현에 의의가 있다.

지난 2020 두바이 엑스포에는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의 '다비드상'이 전시되었던 적이 있다.

거의 동일한 구도와 디테일로 구현되었지만, 3D 프린터로 제작되었으며 원본이 아니다.

이와 같이 국내 또한 다비드상과 피에타상 등이 모작으로 전시된 이력이 있다.

 

左 어센틱 FCB 저지, 右 레플리카 FCB 저지

 

축구를 비롯한 스포츠 업계에서의 유니폼을 칭하는 레플리카는 조금 의미가 다르다.

공식 라이센스를 받아 출시되는 제품은 두 종류로 나뉘며 그 중에서도 경기용은 '어센틱', 응원용은 '레플리카'로 나뉜다.

외관은 거의 동일하고, 핏과 디테일, 실성능면에서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左 1930s 오리지널 B-3 자켓, 右 리얼 맥코이 B-3 자켓.

 

패션계에서는 과거의 명성을 지닌 디자인들을 복각하려는 움직임이 보이는데, 우리는 이것 역시 '레플리카'라 부른다.

특히 일본에서 장인 정신을 바탕으로 소름 돋는 싱크로율로 구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상단의 리얼 맥코이는 세계 제일의 미국 밀리터리 복각 브랜드로, 오리지널조차 뛰어넘는 가죽 퀄리티를 자랑하는 것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이 외에도 '토이즈 맥코이', '버즈 릭슨' 등의 브랜드가 뒤를 잇고 있으며, 영국 쪽에는 구형 '루이스 레더'를 복각한 '어딕트 클로즈'가 유명하다.

 

 

패러디

 

 

左 폴로 베어 플리스 스웻셔츠, 右 인터브리드 폴로 베어 크루넥

 

왼쪽은 우리가 흔히 아는 '폴로 랄프로렌'의 시그니처, 베어 맨투맨.

오른쪽은 도쿄 하라주쿠에서 출발한 폴로 랄프로렌을 패러디한 '인터브리드'의 패러디 맨투맨.

얼핏 카피인듯 싶으면서 '오리지널에 대한 리스펙트' 혹은 '언더 문화 특유의 반항 정신'이 느껴진다면 패러디를 의미한다.

풍자적 모방을 담은 2차 창작물인 셈.

 

左 (1503 추정)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右 (1919)마르셀 뒤샹의 L.H.O.O.Q.

 

요즘날에는 의류에서 찾아볼 수 있는 패러디는, 미술과 문학으로부터 유래된다.

대표적인 작품이 상단의 '모나리자'와 'L.H.O.O.Q.'다.

모나리자는 르네상스의 거장,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걸작이자 전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미술품으로 평가받는다.

반면 L.H.O.O.Q는 현대 미술의 거장 '마르셸 뒤샹'의 패러디작이자 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풍자화의 시초로 평가받는다.

L.H.O.O.Q.는 다 빈치가 쫓은 미(美)의 완성형인 모나리자가 미소 짓는 이유에 대해 나름의 해석을 덧붙이는데, 바로 작품명을 음독하여 연음한 'Elle a chaud au cul(엘 아슈 오 오 뀌)'다.

직역하면 '그녀는 엉덩이가 뜨겁다'로 해석할 수 있는데, 성적으로 흥분되었다는 의미를 은유적으로 내포한다.

해당 작품에서 보이는 얌생이 같은 수염과 말장난은 - 그가 추구했던 파격적인 예술성을 단적으로 보인다.

 

左 나이키 에어포스 원, 右 어배싱에이프 베이프 스타

 

하지만 언제나 패러디가 패러디로써 인정받는 것은 아닌데, 주로 현행 발매 모델과 수요 고객층이 겹칠 때 발생한다.

상단의 '베이프 스타'는 노골적으로 '에어포스 원'을 카피한 듯한 형상을 하고 있다.

베이프 스타의 발매 당시엔 작품에 담긴 나이키를 향한 존경심을 이해한 덕인지, 법적 공방에 대한 논의는 들리지 않았다.

 

左 카피된 디자인, 中 오리지널인 나이키의 디자인, 右 오마주인 베이프의 디자인.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베이프는 나이키를 흉내낸 신제품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베이프는 설립자가 유명 아티스트 NIGO(니고)이니만큼 작지 않은 브랜드였고, 고가의 스트리트 패션을 선보이는 부분에서 지속적으로 나이키와의 매출 경쟁에서 충돌했다.

그리고 끝내 2023년 1월 25일, 나이키는 표절 혐의로 베이프를 고소했다.

고소장을 접수하기 직전까지도 나이키는 베이프에게 유사품의 판매를 중단하기를 종용했으나 베이프 쪽에서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적 조치가 최근에 이루어진만큼 아직까지 결과는 알 수 없지만, 베이프 스타가 오랜 기간 매출을 책임졌던만큼 베이프 입장에서는 골치 아픈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결론

 

판매자들이 제 멋대로 말을 가져다 붙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흔히 소비자 입장에서는 짝퉁, 레플리카, 패러디에 대한 인식이 모호할 수 밖에 없다.

이번 게시글을 계기로 용어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구매에 착오가 없기를 바란다.

오늘도 읽어준 독자분들께 감사를 표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