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에는 가품 상표 '슈프림 이탈리아'의 삼성 중국 법인과의 콜라보, 세계 전역 매장 확장 시도 같은 만행을 살펴봤다.
이번 시간은 슈프림 이탈리아의 현재에 대해 알아볼 예정에 있다.
긴 사건의 끝은 어떤 결론을 맺을지 살펴보자.
전쟁의 시작
슈프림 뉴욕의 수장, 제임스 제비아는 분노하며 슈프림 이탈리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이제껏 봐온 카피 회사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완벽한 사기꾼에 불과하다."
이어 뻔뻔하게 카피임을 숨긴 채로 세계적인 대기업 삼성과 협업을 시도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슈프림 이탈리아에게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슈프림 뉴욕은 매체 활동을 전혀 하지 않는 브랜드다.
슈프림 이탈리아는 당시 슈프림 뉴욕의 상표가 등록되지 않은 모든 나라를 목표로 매장 확장을 계획하고 있었고, 70여개의 확정된 나라가 있었다.
소문으로는 한국도 역시 여기에 포함되어 있었다고.
실제로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산마리노, 이탈리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스페인까진 성공적으로 등록을 마치기까지 했다.
그들이 출고하고 있는 상품은 '우리들의 성공은 박스 로고로부터 기원하지 않는다'던 이탈리아 측의 인터뷰와는 달리, 분위기부터 아이템까지 완전히 카피의 나열에 불과했다.
분명 속고 구매하는 사람 또한 있을 법 했고, 슈프림 팬들의 명백한 기만이었다..
슈프림 뉴욕 측에서도 슈프림 이탈리아와의 칼을 빼들고 전쟁을 선포했다.
이어지는 법적 공방
오리지널인 슈프림 뉴욕은 이탈리아의 밀라노에 진출을 선언했다.
슈프림 이탈리아 측에서 해외 사업을 방해하고 있었던 것에 대한 보복으로도 보인다.
제임스 제비아는 슈프림 이탈리아에 대한 맞대응이 아니라고 인터뷰했지만, 진실은 알 수 없는 일.
또한, 슈프림 뉴욕은 2016년, 슈프림 이탈리아 측을 법정에 세웠다.
죄목은 당연히 상표권 위반.
이 재판은 2년이 다 되도록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다.
결론은 슈프림 뉴욕의 승소.
슈프림 이탈리아는 총합 5,500유로에 달하는 비용을 슈프림 뉴욕 측에 뱉어내게 되었고, 2018년에는 산마리노와 이탈리아 매장의 약 120,000개의 품목이 철수하게 되었다.
둘의 싸움은 이대로 끝나는 것처럼 보였다.
슈프림 이탈리아가 쓰러지지 않아
하지만 슈프림 이탈리아는 굴하지 않았다.
저작권 분쟁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중국(상단의 상하이 매장, 2019 개장)을 본진으로 삼아 새로운 시작을 기했다.
슈프림 이탈리아가 '슈프림 스페인'으로 새로이 개명하고, 상표권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스페인에 등록하게 된 것은 이 무렵이었다.
소비자의 무지를 인질로 삼아 본격적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이 시작된 것이다.
슈프림 뉴욕은 다시 한번 칼을 빼들었다.
중국 내 변호인단을 선임하여 권리를 행사하기로 선언한 것이다.
슈프림 이탈리아(편의상 이탈리아로 계속 지칭한다) 측에서도 이에 대한 충분한 방어 수단을 마련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결과는 슈프림 뉴욕 측의 패소.
선진출해서 중국에 둥지를 튼 슈프림 이탈리아는 그리 만만한 상대가 아니였다.
중국 측에서는 상표보호를 선착순을 원칙 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중국 내 상표 등록을 보유하지 못했던 슈프림 뉴욕 측의 패소는 가만 보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였다.
여기서 한 번 더 일어나는 반전.
3월부터 다시 한번 이루어진 슈프림의 상표권 소송은 이번에는 뉴욕 측의 손을 들어주었다.
중국상표국(CTMO) 측에서 직접 슈프림 뉴욕이 승소하고, 슈프림 이탈리아의 상표권이 기각되어 공식적으로 퇴출당할 것임을 보도한 것이다.
슈프림 뉴욕은 2020년이 되어서야 자신의 이름을 공식적으로 중국에 올릴 수 있었고, 슈프림 이탈리아는 중국 내에서도 사라졌다.
이후 슈프림 이탈리아가 있었던 자리는 덴마크의 스포츠웨어 제작사 험멜(후멜)이 대체하게 되었다.
더 이상 갈 곳을 잃은 슈프림 이탈리아는 이 사건을 마지막으로 주저 앉아 버렸다.
남은 것은 최종 판결 뿐.
슈프림 이탈리아의 최후
인터네셔널 브랜드 펌(IBF)(슈프림 이탈리아의 모 회사)의 수장이었던 '미켈 디 피에로'는 VF 코퍼레이션(슈프림 뉴욕의 모 회사) 과 합의를 시도했으나 실패로 돌아갔다.
그리고 2021년, 배심원 판결을 통한 그들의 형량이 결정되었다(당시 피고는 재판장에 출석하지 않았다).
손해배상액 1천40만 달러(한화 약 128.5억), 53세 피에로는 징역 8년, 동업자이자 아들인 24세 마르셀로는 징역 3년.
형량을 집행한 마틴 베도 판사는 두 사람을 향해 "슈프림의 모든 정체성을 표절했다.", "이들의 사업체는 뻔뻔하고 불쾌하며, 부정하기 짝이 없다."고 비판했다.
두 사람에게는 즉각 체포영장이 발부되었고, 잡혀가면서도 피에로는 "재판은 부당한 처사다"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냈다.
결론
해당 사건은 심각성만큼이나 슈프림의 고소는 당연했지만, 가만 보면 패러디와 짝퉁의 경계라는게 참 모호하다.
슈프림 뉴욕(이하 슈프림) 역시 표절 논란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느냐 - 묻는다면 그렇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차후 이에 대해 자세히 다룰 계획이다.)
스트릿씬을 이끌어가는 것은 전적으로 소비자에게 달려있다.
그 힘이 저항 정신으로부터 오듯, 어떤 상품을 고르건 답변이 될 수 있다.
이에 스트릿의 선두주자로 서 있는 슈프림의 행보는 어떨까, 지켜보고자 한다.
스트리트 패션의 라이벌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스투시'와 '팔라스'와 비교해보는 것 또한 흥미로울 것이다.
오늘도 읽어준 독자분들께 감사를 표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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