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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저트(추가정보)

그 시계를 사기 전에 살펴야 할 것 (1) 글라스

by 크림슨 킴 2023. 2. 10.

당신이 마음에 드는 시계가 있다면, 그 시계를 어떻게 다룰지에 대해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분명한 퍼펙트 업그레이드도 있고, 일장일단이 있는 비교대상도 있다.

오늘은 그 첫번째 시간으로써, 글라스(유리)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글라스는 얼핏 별 것 아닌 것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글래스 명칭별로 원료부터가 달라 장기적으로 큰 차이를 낳는다.

 

 

미네랄 글라스

 

세이코의 하위라인, ALBA(알바)에 탑재되는 미네랄 글래스.

 

'미네랄 글래스'는 저가형 시계에 가장 많이 탑재되는 글라스다.

미묘한 파란색(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을 띄는 투명함을 지니고 있다.

모스 굳기계 5 ~ 6의 강화유리를 의미하며, 경도 강도 모두 중간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어느 쪽으로도 내세울 수 있는 장점이 없다.

개인적으로는 다른 조건들이 평이하다는 전제 하에 30만원 대 이상의 시계에서 미네랄 글라스를 사용한다면 구매를 재고해볼 사유가 될 법 하다고 생각한다.

 

사파이어 글래스

 

롤렉스 서브마리너 콤비에 탑재되는 사파이어 글래스.

 

'사파이어 글라스'는 중가형 이상(롤렉스 이상의 명품 시계에서도 사용)의 시계에 탑재되는 글래스다.

모스 굳기계 9의 강옥, 다시 말해 진짜 사파이어(실험실에서 제작된 인조 광물)로 만든다.

경도가 극강으로 높아 다이아몬드(경도 10)를 제외하고는 긁히지 않아, 일상생활 속에서는 기스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대신 강도가 낮아 쉽게 깨진다는 단점이 있는데, 두껍게 부착되기 때문에 사파이어가 깨질 정도라면 다른 글라스 역시 사용이 불가능한 처참한 몰골이 된다.

다이아몬드는 제작하기 어렵기 때문에, 내구성 면에서 사파이어 글라스가 가장 좋은 글라스라고 봐도 무방하다.

 

左 미네랄 글래스, 右 사파이어 글래스

 

옅은 분홍빛을 띄는 투명한 색이지만, 미네랄 글라스와 육안으로 구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미네랄과의 구별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첫째는 가정에서 도전할 수 있는 것으로 물방울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물방울이 돔형으로 뭉치면 사파이어, 퍼져버리면 미네랄을 의미한다.

하지만 예외가 있어 100%의 정확도는 아니므로 하나의 참고자료로 생각하는 편이 좋다.

 

돔형으로 떨어진 물방울. 사파이어 글라스임을 의미한다.

 

두 번째 방법은 다이아몬드 감별기를 사용하는 것이다.

이 경우는 예외없이 미네랄 글라스와 그 아종 / 사파이어 글라스를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다.

하지만 감정기를 따로 구매해야하기 때문에 가정에서 도전하기는 번잡하다는 단점이 있다.

 

다이아몬드 감별기의 형태.

 

AR 코팅

 

左 해밀턴의 사파이어, 右 브라이틀링의 양면 AR 코팅.

 

안경에서도 사용되는 용어로, 추가적인 비용 지출을 요하기 때문에 사파이어를 사용할 정도의 고가 브랜드에서 차용된다.

대표적인 'AR 코팅'의 명가는 'IWC'와 '브라이틀링'이다.

거의 100%에 가까운 가시광선 투과율을 보이며, 은은하게 푸르스름한 빛과 함께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코팅은 외부 접촉에 의해 쉽게 벗겨지는데, 이것이 스크래치처럼 보여 외부 코팅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린다.

이 때문에 대부분은 내부만 코팅하지만 - 무반사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내외부 모두 코팅을 채택하는 브랜드도 많다.

 

 

하드렉스 글라스

 

하드렉스 크리스탈이 탑재된 세이코 몬스터.

 

미네랄 글라스가 강화유리였다면, 이쪽은 꺙화유리(?).

비용 효율이 좋아 세이코 상위 라인에서 주로 사용하며 미네랄보다 한층 높은 경도를 가진다.

하지만 사파이어 글라스에 비해서는 한 수 아래로 친다.

 

 

세미-사파이어 글라스

 

세미 사파이어가 탑재된 오리엔트 골든 아이즈 2 스켈레톤.

 

오리엔트에서 주로 사용되며, 사파이어에 합성 가공을 거쳐서 만들어진다.

미네랄 글라스 표면에 사파이어를 코팅(이 경우가 글라스에 떨어뜨린 물방울 모양으로 사파이어와 미네랄을 구별할 수 없는 예외 상황)하는 것 역시 세미 사파이어로 부르는 듯 하다.

세미 사파이어, 합성 사파이어, 사플렉스 모두 동의어로 취급한다.

워낙 희귀한 케이스기 때문에 공개된 정보가 많지 않다.

 

헤잘라이트 글라스

 

左 사파이어 글라스, 右 헤잘라이트 글라스.

 

'플렉시', '퍼스펙스'가 동의어이며, '아크릴', '플라스틱', '레진', '운모(정확히는 다른 광물)'는 '헤잘라이트'의 하위 집합이다.

단가가 가장 저렴하고, 경도 역시 가장 낮아 조심해서 착용해도 기스가 쉽게 발생한다.

덕분에 저가 브랜드에서도 미네랄과 함께 글라스의 재료로써 애용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메가 등의 명품 브랜드에서도 채택되곤 하는데, 이유는 다음과 같다.

 

左 헤잘라이트(아크릴), 中 미네랄, 右 사파이어.

 

미네랄과 사파이어는 거의 동일한 외관을 가졌지만, 헤잘라이트는 노골적으로 다르다.

상대적으로 무르기 때문에 볼록하게 가공하기 용이해 레트로한 분위기를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보통 왜곡된 빛반사에 의해 '따뜻해보인다'는 평가가 많다.

뿐만 아니라 유연해 강도가 매우 높아 어지간한 충격에도 깨지지 않는다.

발생한 흠집도 다른 글라스에 비해 약품 처리(폴리워치, 여의치 않으면 치약)로 쉽게 지울 수 있다.

 

 

결론

 

호불호 없이는 내면 AR 코팅된 사파이어, 빈티지 시계에는 헤잘라이트가 좋다.

당신이 구매하려는 시계, 혹은 착용하고 있는 시계는 어떤 글라스를 채택하고 있는가?

지금 한번 살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오늘도 읽어준 독자분들께 감사를 표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