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제목을 보고 어떤 슈프림을 떠올렸는가.
현 시점 기준으로 전 세계에 있는 정식 슈프림 매장은 14개.
한국에는 23년 2월 시점까지는 진출하지 않았다.
다시 말해 편집샵에서 구하는 것이 아닌, 한국 내 매장에서 슈프림을 구했다면 반드시 가품이라는 의미.
해당 슈프림은 본사의 슈프림과는 다른 상품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상표권에는 문제가 없다.
'슈프림(Supreme)'이라는 이름이 대중화된 영단어에 불과해 한국 외 여러 국가에서 상표명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부터 다룰 <슈프림 뉴욕은 더 이상 쿨하지 않다.>는 여타 가품 유사 기업이 아닌, 슈프림 본사인 '슈프림 뉴욕(이하 슈프림)'을 지칭한다.
슈프림 뉴욕이란?
이전 시리즈에서도 여러 번 밝힌 바 있지만, 슈프림은 제임스 제비아에 의해 1994년에 설립된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다.
초기에는 CK(캘빈 클라인), 구찌, 루이비통 등에 자신들의 로고를 덧입히는 것으로 저항 정신을 보여주며 입지를 키웠다.
작았던 슈프림은 현재에 이르러서는 명실상부 No.1 스트리트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소비자들은 100달러에 달하는 매크로봇을 구매하면서도 슈프림 인기 상품을 구매하려 앞다투어 경쟁한다.
덩치가 커지고 목소리가 커진만큼 슈프림에게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대표적으로 '슈프림 이탈리아'라 불렸던 가품 업체와의 대결은 본 블로그 '디저트' 카테고리의 <진퉁 같은 짝퉁 패션 (1) 슈프림 이탈리아>에 정리되어 있다.
그리고 지금은 2020년을 기점으로 딕키즈, 팀버랜드, 이스트팩, 반스와 노스페이스 등을 가진 'VF 코퍼레이션'에 21억 달러에 인수되었다.
비록 모기업이 생겨버린 슈프림이었지만, 최초 설립자인 제임스 제비아가 지금도 여전히 CEO 자리에 앉아있다.
대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22년을 기점으로 스투시, 리바이스, 버질 아블로 등 여러 브랜드 및 인물들과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했던 데님 티어스(Denim Tears)의 '트레메인 에모리'가 선정되었다.
그는 디자인에 특유의 아프리칸 아메리칸 문화를 녹여내 선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슈프림 뉴욕의 기원
앞서 슈프림에 대해 읊었으니, 이제부터는 본론으로 들어가볼까 한다.
슈프림을 향해 비판적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그 기원에 대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1945년, 미국의 개념 미술 예술가 '바바라 크루거'는 태어났다.
그녀는 1970년대부터 작품 활동을 계속해왔으며, 차별과 혐오와 불평등에 대해 맞서 싸우는 권력 투쟁형 예술가다.
특히 페미니즘에 대해 주력으로 다루며 인상 깊은 짧은 슬로건으로 대중들에게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상단 그림의 왼쪽과 오른쪽, 상당히 닮아보이지 않는가?
1927년 Paul Renner가 만든 Futura Bold Italic 폰트로 문구를 넣어 빨간색 직사각형에 새겨넣은 형태.
사실 유래했다고 하기 모호할 정도로 동일한 디자인에 브랜드명만을 넣었을 뿐이다.
슈프림의 박스로고 디자인은 바바라 크루거의 디자인으로부터 유래되었다는 것이 정설처럼 여겨진다.
주된 문제는 사전 협의를 하거나 로얄티를 지불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슈프림이 지금과 같은 팬층을 형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전적으로 불법 행위조차 불사했던 저항 정신 덕분이었다.
'버버리', '구찌', '루이비통' 등 수많은 기업들의 시그니처 디자인을 카피했고, 그것을 노이즈마케팅 삼아 성장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여러 번 법정에 섰고, 특히 루이비통으로부터 소송 당한 기점으로 무단 카피 행보는 멈추게 된다.
하지만 거의 동일한 일이 슈프림에게도 벌어지게 된다.
Married to the Mob의 '레아 맥스위니'가 남성 위주의 스트릿씬을 비판하며 '슈프림 비치'라는 이름으로 슈프림의 로고를 무단 카피해 상표권 등록을 시도하게 된 것이다.
어찌 보면 원작자 바바라 크루거가 의도했던 페미니즘 정신과 더욱 상통하는 바가 있었다.
이에 대한 슈프림의 반응은 어땠을까.
무려 1,000만 달러 규모를 배상하라 요구하며 소송했다.
슈프림 비치는 슈프림만큼의 규모가 아니였고, 잘잘못 여부를 떠나 소송에 필요한 25만 달러를 준비할 수 없었다.
제임스 제비아와 레아 맥스위니는 법적 밖에서 합의를 거쳤고, 소송은 취하되었다.
그리고 오랜 공방 끝에 2013년 6월 25일.
슈프림 비치의 창립자 레아는 인스타그램에 하나의 게시물을 업로드하게 된다.
레아는 끝내 슈프림 비치의 로고가 바뀌었음을 밝힌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로부터는 레아를 두둔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슈프림과 슈프림 비치의 관계성은, 바바라 크루거와 슈프림의 관계성과도 같은데 소형 업체를 대상으로 굳이 소송을 했어야만 하는 것이냐는 점을 지적했다.
원작자 바바라 크루거는 이메일 인터뷰로 이 사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What a ridiculous clusterfXXk of totally uncool jokers. I make my work about this kind of sadly foolish farce. I'm waiting for all of them to sue me for copyright infringement."
("완전히 쿨하지 못한 조커들의 군더더기야. 나는 이런 종류의 슬프고 어리석은 농담에 관한 일을 하지. 나는 그들 모두가 나를 저작권 침해로 고소하기를 기다리고 있어.")
슈프림이 자신 역시 고소해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며, 슈프림의 행태에 반감을 갖고 비꼬는 모습이 엿보였다.
결론
슈프림은 더 이상 저항의 상징이 아닌, 거대한 패션 기업체처럼 보인다.
하지만 슈프림에게도 억울한 부분이 있다.
크루거와 슈프림은 공통적으로 자본주의 패러다임을 비판하는 것에서 출발했다.
크루거는 이미지를 작업의 배경으로 삼아 비판하는 정치적인 예술가지만.
슈프림은 텍스트를 브랜딩 측면에서 활용하는 패션 브랜드다.
바바라 크루거의 반제도적 미학에 공감했지만, 슈프림의 체급은 더 이상 작지 않다.
거대해진 슈프림의 발언과 행실에는 책임이 따르고, 더 이상 혼자가 아니기 때문에 책임져야할 직원들도 너무나 많다.
악의적인 목적성을 가질 수도 있는 유사 상표에 민감하게 대응할 수 밖에 없는 속사정이 있는 것이다.
2020년대의 슈프림은 더 이상 1990년대의 슈프림만큼 쿨하지 않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슈프림은 슈프림이다.
그들은 끊임없는 변혁을 시도하고 있으며, 스트릿 씬의 선두주자로써 흔들림없이 나아가고 있으니.
여담으로 슈프림이 올해 5월 경에 서울로 진출한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해외까지 나가 리셀을 시도하는 국내 팬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한국에 와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그들의 행보를 지켜보자.
오늘도 읽어준 독자분들께 감사를 표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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