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 한국에 열풍이었던 유명 상표 짝퉁 시리즈를 기억하는가?
어설프게 만든 가짜 상표가 아니라, 대놓고 웃기려고 작정한 것 같은 패러디 브랜드들.
그 중에서도 으뜸은 퓨마였다.
앞발을 모으고 있는 퓨마 로고를 유쾌하게 비튼 것이 특징이었다.
본문에 따로 표기하진 않았지만 파마, 안마, 임마, 악마, 비만 등도 있었다.
스펠링이 하나만 틀려도 이상한데- 싶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2018년의 디젤
지난 2018년 2월, 현지 짝퉁 시장으로 유명한 뉴욕 커낼 가(Canel Street)에서는 새로운 매장이 열린다.
매장 이름은 DEISEL, 본품의 DIESEL과 스펠링이 다르다.
글쎄, 우연인지 2018 뉴욕 패션 위크가 시작할 타이밍이었다.
매장직원은 진품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하며, 로고만 가짜일 뿐이라고 호객행위한다.
'D-E-I-S-E-L'도 디젤이지 않나며 말을 꺼내지만.
고객들에게 'D-I-E-S-E-L'이 맞다며 부정당한다.
고객들은 잘 만든 모조품이라며, 흥정가를 제시한다.
직원은 흥정에는 응해주지만 이게 어떻게 모조품이냐고 끝까지 부정한다.
(사실 누가 봐도 매장 내부는 짝퉁 매장 같아 보인다)
독자분들이라면 흐름상 예상했겠지만, 해당 디젤은 진품이었다.
로고만 가품이라던 직원들의 말은 정확하게 옳았고, 오히려 한정판 컬렉션이었던 셈.
DEISEL 매장에서 쇼핑할만큼 똑똑한 사람들은 저렴하게 디젤을 구매했다며.
당신이 갖고 있다고 생각했던 낮은 패션센스는 의외로 훌륭한 패션센스일지도 모른다고 말하며 영상은 끝난다.
영상은 비록 여기서 끝났지만, 판매는 여기서 중단되지 않았다.
커낼가 모퉁이의 419 브로드웨이에서 DEISEL 상품들은 매진될 때까지 판매를 계속했고, 디젤 온라인 몰(diesel.com)에서도 소량의 한정판 컬렉션으로 판매되었다.
그들은 뉴욕 패션위크를 맞아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걸까.
디젤은 브랜드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품질과 신뢰, 그리고 태도라는 것을 강조했다.
단순히 상표가 옳다고 좋다 나쁘다를 판단할 것이 아니라는, 질낮은 브랜드를 겨냥한 풍자와 해학이었다.
명품 브랜드도?
정품의 이름만을 비틀어서 한정판을 출시했던 것은 디젤만이 아니었다.
구찌의 2018 리조트 컬렌션에서는 GUCCI라는 이름을 비틀어 만든 상품들이 출품되었다.
이쪽은 심지어 '구찌 고스트'라는 예명으로 가품을 만들어 활동하던 아티스트 트러블 앤드루와 협업했다.
상단의 GUCCY뿐 아니라 GUCCIFY, GUCCIFICATION과 같은 패러디 로고들을 활용했다.
(이쪽은 완전한 패러디지만, 국내에서도 한 때 구찌를 비튼 아구찜 티셔츠가 '인싸 티셔츠'로 유명했던 적이 있다.)
이러한 행보는 펜디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따로 사진은 첨부하지 않으나, 펜디(FENDY)에서도 자사의 로고를 비틀어 FFENCY, FFAMILY, FFABULOUS 등으로 재해석해 옷과 가방을 출시한 바 있다.
결론
진품과 가품의 차이는 무엇인가.
찐퉁과 짝퉁의 차이는 무엇인가.
특히나 명품이라면, 그들의 차이가 단순히 '상표'라는 단어로 정리되지는 않아야할 것이다.
명품이란 '오랜 기간 동안 사람들 사이에서 사용되며, 상품적 가치와 브랜드 밸류를 인정받은 고급품'을 의미한다.
상품적 가치란 다시 말해 여타 저가 브랜드와 차별화되는 소재, 마감, 디자인, 실루엣을 요한다는 뜻을 내포한다.
무엇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진정한 의미를 갖는 것은 '어느 것이 더 가치있느냐'다.
정품을 생산하는 브랜드들에서는 자신만의 강점을 내세워 가품이 따라올 수 없는 독보적인 차별화를 꾀해야할 것이다.
오늘도 읽어준 독자분들께 감사를 표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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