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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저트(추가정보)

짝퉁 같은 진퉁 패션 (1) 구찌

by 크림슨 킴 2023. 1. 19.

저렴한 가격에 고가의 물건을 구할 수 있다.
그것은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내밀어지는 본능적인 유혹이다.
합법적으로 할인받는 경로도 있지만, 알다시피 불법적으로는 상표권 위반 상품.
일명 '짝퉁'도 있다.
21세기, 그중에서도 20년대에 접어들어서는 가품의 퀄리티가 월등히 올라왔다.
샤넬은 정가품 모두 동일 가죽을 사용하며, 롤렉스는 뒷판을 열기 전까지 진위여부를 알 수 없으며, 심지어 나이키는 가품 마감이 더 낫다.
그런데 정품 쪽에서 가품 같은 상품을 먼저 내민다면 어떤가?
당신은 구매할 의향이 있는가?


구찌 FAKE / NOT

 

짝퉁

 

아님~


FAKE / NOT.
구찌의 지난 20FW 컬렉션이었다.
(예시사진으로 'GG 나일론 자켓'을 가져왔지만, 해당 컬렉션에선 가방 의류 막론하고 모두 저런 디자인을 하고 있다.)
처음 이 컬렉션을 만난 직후의 감상은 "이..이게 뭐고"였다.
전면부에 대문짝만하게 타이핑된 FAKE(짝퉁)이라는 글자.
250만원을 내밀면서 '가품'이라는 글귀가 적힌 자켓을 갖고 싶은 이가 몇이나 될까.
하지만 뒷면을 보는 순간 그런 생각이 조금은 누그러들었다.
NOT(아니다)라는 글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전면부다.
'가품'이라는 글자를 자신있게 내민 순간, 보는 이에겐 흥미로움이 유발된다.
모조품이 스스로 모조품임을 밝힐 수 있단 말인가?


유재석이 자신의 롤렉스가 가품이라면 믿겠는가?


이는 역설적으로 옷으로 하여금 진품스러운 아우라를 자아낸다.
동시에 가품 제조업자 입장에선 가품을 찍어내는 동시에 스스로 가품임을 외쳐야만 한다.

사실이니까(끄덕)


소비자와 불법 제조업자 양쪽을 모두 풍자한 상품인 셈이다.
그리고 그 내면이라 볼 수 있는 후면부에는 '(가품이)아님'을 숨겨두었다.
설령 외관이 닮았을지라도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그것이 변하지 않는 가치고, 명품이 갖는 의미다.

유머러스함이 돋보이는 컬렉션이었다.
구찌는 이 컬렉션에서 재미를 봤는지, 추후 다른 친구에게도 손을 내밀게 된다.


구찌 & 발렌시아가

 

'이거 구찌 백 아님' 백.

80년대 레트로를 연상시키는 구찌의 시그니처 모노그램 패턴.
진품 구찌백이 아니라면 어설프게 카피한 가품임이 틀림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건 정품인 명품백이 틀림없다.
구찌냐고?
아니, 이건 발렌시아가백이다.

발렌시아가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모터백.


22SS, 이탈리아의 구찌와 프랑스의 발렌시아가는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했다.
일명 <해킹 프로젝트>.
서로 상대 브랜드를 해킹한 콘셉트로, 시그니처 디자인을 미묘하게 비틀어 둘을 서로 접목시킨다.
가만히 보면 모노그램 패턴이 G(Gucci)가 아니라 B(Balenciaga), 본래 더블G였어야할 양각 금장도 더블B임을 알수 있다.
발렌시아가의 상징적인 해킹이 가방이었다면, 구찌는  신발이었다.

2017FW를 시작으로 어글리슈즈 붐을 이끌었던 발렌시아가의 트리플S.

당시 최고 인기였던 브레드 컬러.

국내에서도 지드래곤(GD)는 물론이고, 태양, 임시완, 산다라박 등 수많은 스타들의 인스타를 잠식했다.
당시 패피들의 머스트해브 아이템으로 자리잡았고, 필자 또한 뒤늦게 구매한 브레드 한 족을 소중히했더랬다.
트리플S의 유행가도는 20년까지도 계속(처음보단 조금 식었지만)되었고- 여기저기서 콜라보레이션한단 소문만 무성했다.


구찌 트리플S 콜라보 ...일까?


상단 아랫쪽 신발은 2019년 무렵부터 '홍콩 SA급 레플리카'를 표방하는 하급 짝퉁 사이트에서 업로드되었던 가품이다.
판매처에서는 2018년 한정판으로 강조했지만 저런 신발의 원본은 존재하지 않았다.
구찌와 발렌시아가가 콜라보한다는 소식만으로도 비웃음거리로 소비되었다.
그런 일이 어찌 있겠느냐는 말이었다.

ㅋㅋ


하지만 그것이 실제로 일어나버렸다.
상단 윗쪽 신발은 구찌에서 출시한 20시즌의 정품 트리플S다.
당장이라도 동대문 새벽시장 트럭에서 튀어나올법한 센세이션한 디자인이었다.
패션 커뮤니티에서는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다.

물론, 구찌 역시 해당 디자인과 유사한 가품을 몰랐을리는 없다.
그들은 해당 프로젝트를 '정통과 도용의 개념에 대해 탐구한다'고 강조했다.


결론


명품이란 무엇인가.
모순적이지만 그것에 대한 훌륭한 방증은 모조품이 해내고 있다.
정품의 이면에 가품이 존재하고, 디자이너들은 이를 단순히 법적 공방에서 그치지 않고 때로는 유쾌하게 비틀어 사용한다.
구찌는 그러한 브랜드의 하나로써 '원조만이 할 수 있는' 예술성을 여실히 보여줬다.
당신의 집에 명품 브랜드의 상품이 있다면.
당신에게 그 아이템이 갖는 의의는 무엇인지 한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생각한다.
오늘도 읽어준 독자분들께 감사를 표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