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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위스키(주류, 술)

당신이 소주를 마실 필요가 없는 이유 (2) 맛있는 파티주

by 크림슨 킴 2022. 12. 18.

(글에 앞서, 후술할 '소주'는 희석식 소주를 의미하며 초심자의 시선에 맞춰 작성되었음을 밝힌다.)

 

앞선 알성비에 이어 이번에는 맛이다.

두괄식으로 본론만 흘리고 시작하자면, 추후 증류주(위스키, 브랜디, 럼, 보드카, 진, 데킬라 등의 고도수 주류)나 양조주(와인, 막걸리, 맥주 등의 발효주)에 대해 언급할 기회는 많을테니-

이번 시간에는 파티주로 주로 제안되는 '맛있는' 술들에 대해 소개해볼까 한다.

 

소주는 어떤 맛을 내는가?

독주보다 독주같은 알코올 타격감(정말이지 지독하다), 그리고 그 끝에 스치는 달달함.

생각해본 적 있는가?

왜 이 역한 쓴맛 뒤에 달달함이 느껴지는지.

다행히 당신의 인생이 소주보다 쓰기 때문은 아니다.

소주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겠다.

염가의 타피오카 등의 구황작물을 전분 삼아 발효시킨 뒤 이를 연속 증류시켜 고도수(약 95%)의 주정(Spirit)을 추출한다.

그리고 여기에 물로 도수를 조절(은근슬쩍 주기적으로 낮아진다)하고 자일리톨이나 아스파탐 같은 감미료를 후첨한다.

 

그렇다, 감미료가 직접 들어간다- 이말이다.

당신이 혀끝에서 단맛을 느낀 것은 착각이 아니다.

왜 소주에 굳이 단맛을 넣었어야만 했는가.

저가의 주류에 당분을 첨가하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일이 아니다.

다시 말해 싸구려 재료로부터 나오는 싸구려 맛을 숨기기 위한 필연적인 행위였다는 말이다.

 

소주보다 맛있는 술을 생각할 바에는 소주보다 맛없는 술을 나열하는게 빠를 정도로 차고 넘친다.

진심으로 소주가 맛있어서 소주를 마시는 사람이 한국인 중에서도 몇이나 된단 말인가!

한 때 젊은 소비자 층에서 과일소주 열풍이 불었던 것도 소주 맛에 대한 반발심이 아닐 수 없다.

비록 숙취나 알성비, 그리고 자존심 문제로 시장에서 밀려나고 있는 실정이지만, 맛이 기존 소주보다 부족해서는 아니다.과일 소주 라벨을 자세히 보면,

식품 유형을 주목하시라.

리큐르라고 적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희석식 소주는 소주라고 적혀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식품유형이 다르게 인쇄되어 있다는 것은, 나라 차원에서 다른 술로 분류하여 관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리큐르란 무엇인가?

한국어로는 혼성주를 의미하며, 증류주나 주정에 향신료나 감미료를 듬뿍 더해 맛을 낸 술을 의미한다.

살면서 마셔본 '달달하다'가 아닌 '달콤하다'를 느끼는 술은 모두 이쪽에 속한다고 보면 된다.

원재료, 숙성보다는 후첨에 집중하였기 때문에 바리에이션이 매우 다양하고, 주류 간 맛편차도 증류주나 양조주와는 달리 맥락부터가 다른 경우가 상당수다.

다 집어치우고, 맛있다!

 

 

1. 예거 마이스터

<예거 마이스터 / 35%>

인지도만으론 후술할 어떤 술보다도 압도적이라고 말할 법 하다.

편의점, 대형 마트, 어디서든 찾을 수 있어 소주에 준하는 입수 난이도를 가지고 있다.

락과 메탈을 후원하기 때문인지, 365일 파티가 이루어지는 클럽에서도 자주 찾을 수 있다.

필자도 난생 처음 마신 리큐르가 예거였으니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콜라에 가까운 짙은 고동색을 띄고 있으며 점성이 있다.

고도수 리큐르기 때문에 냉동실(가정 냉동고로는 어는점을 넘지 않는다)에 얼려 마시는 것이 추천된다.

온갖 허브와 향료를 달여 만든 독일 전통 리큐르로, 판매 초기에는 의외로 감기 퇴치 등의 가정상비약으로 사용되었다.

하지만 그 명성에 비해 의외로 호불호가 갈리는 편인데, 백초시럽이나 까스활명수 같은 맛이 난다는 평이 많다.

이런 단점을 상쇄하기 위해..

에거 밤. 한국의 폭탄주인 고진감래주와 닮아 있다.

카페인 에너지 드링크인 <레드불>과 예거 마이스터를 1:3(일반적) 비율로 섞어 예거 밤을 만들어 마시기도 한다.

하지만 중추신경을 흥분시키는 카페인과 반대로 안정시키는 알코올은 상성이 좋지 않기(심장마비를 유발할 수도 있다) 때문에, 예거 본사에서도 권장하는 바가 아니다.

레드불을 대신해 진저비어(진저에일)를 섞어 <베를린 뮬>, 코카콜라를 섞어 <예거 콕>을 만들어마시기도 한다.

 

2. 크라켄

<크라켄 블랙 스파이스드 럼 / 40%>

GS25나 대형마켓, 주류백화점에서 구매 가능한 럼.

작성자가 개인적으로 편애하는 상품이라 더 강렬한 디자인의 일러스트로 가져왔다.

보정 어플을 빼고 찍으면 이런 느낌.

사실 크라켄은 리큐르가 아니라 럼이다.

그렇다고 평범한 증류주는 아니고, 깨끗한 럼에 향신료를 가미해 만든 스파이스드 럼이다.

당도도 높긴 하지만(리큐르에 비해선 덜하다), 그 본질은 리큐르를 연상케 하는 '스파이스드(향신료의)'에 있다.

크라켄으로 럼을 처음 접했다면, 당신은 럼을 마셨다고 보기 어렵다.

다른 뜻이 아니고, 그만치 크라켄은 독창적이라는 의미다.

예거 마이스터와 비견되는 고동색.

단순히 숙성 년도만으로 위스키가 이정도 빛을 낸다면 50년 숙성도 우스울 것이다.

(크라켄의 짙은 색상은 전적으로 후첨 영향으로, 숙성 년도와는 무관하다)

커피, 초콜릿, 카라멜, 바닐라 같은 부드러운 달큰함 사이에 은은하게 스쳐지나가는 생강, 계피, 정향 같은 향신료들.

(스파이스라는 단어 때문에 오해할 수 있으나, 스파이스드 럼은 매운 맛과는 무관하다)

과하게 달지도 않으면서도 풍부한 플레이버가 있어 원액만으로도 충분히 칵테일을 연상시킨다.

안주가 필요가 없을 정도로 조화롭다.

개인적으로는- 도수, 맛, 알성비.

어떤 면에서도 예거에 비해 압도적이건만 인지도가 높지 않은게 안타까울 지경이다.

만인의 파티주로 발돋움하는 날을 고대하며 다음으로 넘어가겠다.

 

3. 파이어볼

<파이어볼 시나몬 위스키 / 33%>

와인앤모어, 트레이더스, 코스트코 등 대중화되어 입수하기 그리 어렵지 않은 파이어볼.

캐내디안 위스키를 베이스로 시나몬과 당분을 첨가해 만든 리큐르다.

파이어볼은 특히 미국 젊은 층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어느 정도인가 하면은, 이전까지 리큐르 판매량 1위를 자랑했던 (1) 예거 마이스터를 2016년에 매출 역전시켜버릴 정도.

1984년부터 판매가 시작되었으나, 미국 내 입소문을 타게 된 것은 정작 2012년 경으로 알려져 있다.

다시 말해 재발견 이후 겨우 4년 만에 대역전극을 벌일 수 있었던 초-인기 리큐르라는 의미다.

어떤가, 구미가 당기지 않는가?

파이어볼은 너무 달지 않은 알싸함이 매력적이다.

얼려마시거나, 진저에일, 사과주스에 타마시거나. 맥주 한 캔에 한 샷만 넣어마시는 것도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집에 한 병 구비해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4. 써던 컴포트

<서던 컴포트 오리지널 / 35%>

입수 난이도는 어플 주문, 리쿼샵 등으로 상대적으로 높지만, 국내 인지도가 낮아 가격대가 타 리큐르보다 조금 낮게 형성되어 있다.

미국 전역에 인기를 끌었던 추억의 리큐르. 대학생들의 소주 같은 느낌이랄까!

'모든 것을 불태우고 떠났다'라는 말로 유명한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재니스 조플린이 즐겨마셨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버번 위스키(미국식 위스키)에 후첨한 리큐르로, 짐 빔과 잭 다니엘 옆에 DP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현지에서도 위스키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복숭아의 은은한 단맛이 감도는 박카스 맛으로 흔히 알려져 있다.

음용법은 니트(첨가 없이 술만)로 즐겨도 달달하니 괜찮고, 주로 1939년도 개봉한 고전 명작,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여주인공 스칼렛 오하라(배우: 비비안 리)가 만들어 마셨던 칵테일이 있다.

꿀꺽
<칵테일 : 스칼렛 오하라 / 약 15%>

작중 그녀의 이름을 따 칵테일명은 스칼렛 오하라로 부르고 있다.

써던 컴포트와 크랜베리 주스를 1 : 1 비율로 넣고 라임 한 조각을 짜낸 즙과 함께 흔들어 섞어주면 완성.

새콤한 맛이 주를 이루는 상큼달달한 칵테일이다. 칵테일바에서 종종 찾을 수 있다.

추가로...

써던 컴포트의 다양한 플레이버.

단순 고도수(40%, 50%) 버전부터 체리, 라임, 카라멜에 심지어는 타바스코(!)맛까지 종류가 다양하니 각기 다른 맛을 즐기는 재미가 있는 리큐르라고 할 수 있다.

 

5. 아그와

(1) 예거 마이스터와 양대산맥을 이루는 광란의 파티에서 애용되는 허브 리큐르, 아그와.

홈플러스, 편의점, 리쿼샵 등에서 판매하고 있으며 써던 컴포트보단 쉽게 볼 수 있고 파이어볼보단 드문 편.

가벼운 허브 리큐르맛이지만, 이 리큐르만의 독특한 점은 바로 코카잎으로 만든다는 점.

흐읍! (따라하지 마시오)

흔히 약물로 분류되는 그거 원료 맞다.

중독되는거 아니냐 싶을 수 있겠지만 세계적으로 판매 중단되었다 검수를 마친 일이 잦았고, 국내 첫 입고 당시에도 2008년부터 2년간 검수를 마쳤기 때문에 안정성은 검증되었다고 할 수 있으니 안심해도 좋다.

아그와는 주로 레드불과 섞어 아그와 밤으로 음용되는데, 그 방식이 예거와는 사뭇 다르다.

<아그와 밤 전용잔>

간혹 풀리면 아그와 패키지를 구매하면 동봉되는데, 알코올에 따른 밀도차를 이용한 폭탄주 잔이다.

얼핏 조랭이떡을 연상시키는 인상깊은 생김새가 특징.

레드불을 먼저 붓고, 그 위에 조심스레 아그와를 부으면 완성.

예거 밤과 마찬가지로 건강에는 심히 좋지 않기 때문에 권장되지는 않는다.

 

6. 리몬첼로

<팔리니 리몬첼로 / 26%>

리몬첼로라 함은 특정 회사의 품목은 아니고 이탈리아의 레몬맛 리큐르의 통칭이다.

그 중에서도 브랜드 팔리니가 가장 유명하며, 룩사르도가 뒤를 잇는다.

팔리니는 대형마트나 리쿼샵에서 판매되며, (3) 파이어볼에 준하는 접근성을 지녔다.

룩사르도는 리쿼샵 중에서도 한정적으로만 입고되어 찾아보기 쉽지 않다.

<룩사르도 리몬첼로 / 27%>

둘의 맛차이로는 팔리니가 달콤한 레몬에이드, 룩사르도가 새콤한 레몬사탕에 가깝다.

생레몬인듯 인위적인듯 새콤달콤한 맛이 절묘하다.

이탈리아 현지에서는 입맛을 돋구기 위해 식전주, 혹은 소화를 돕기 위한 식후주로 단독 음용되기도 하지만.

그 외 한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에선 리큐르만으론 너무 달기 때문에 탄산수로 희석해서 하이볼로 마시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외에도 파티 리큐르로 엑스레이티드(17%), 힙노틱(17%)이 있으나, 도수 대비 심하게 가성비가 떨어져서 소주를 대체하기 위한 리큐르로는 소개하지 않는다.(열대 과일맛이 나는 알록달록한 리큐르니, 관심이 있다면 찾아보길 바란다.)

예거와 아그와를 이을 독일의 허브 리큐르 버젤 페터(30%)도 후보군에 있었으나, 설명 부분에서 두 라이벌과 겹치는 부분이 상당한데다 인기도 이전만 못해 생략하였다.

 

이번 시간에는 소주를 대신할 맛 좋은 파티주들에 대해 알아보았다.

아마 <당신이 소주를 마실 필요가 없는 이유> 시리즈는 다음 편으로 마무리 지을 듯 싶은데, 마지막까지 힘 빠지지 않고 유용한 정보를 잔뜩 전달할테니 계속해서 읽어주길 바란다.

오늘도 읽어준 독자분들께 감사를 표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