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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위스키(주류, 술)

당신이 소주를 마실 필요가 없는 이유 (3) 숙취 없는 대안책 [완]

by 크림슨 킴 2023. 1. 1.

(글에 앞서, 후술할 '소주'는 희석식 소주를 의미하며 초심자의 시선에 맞춰 작성되었음을 밝힌다.)

 

숙취.

당일은 즐거울지 몰라도 다음날이 되면 과음에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디메리트다.

아세트알데하이드 때문인지, 다른 연유 때문인지는 계속해서 연구 중에 있다.

하지만 그런 사실은 우리에게는 솔직히 중요하지 않다.

어떤 술을 마셔야 숙취로부터 면역이 되느냔 말이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그쪽이다.

 

하이트진로의 주류 목록.

 

숙취는 도수와는 관련이 없고, 술이 얼마나 순도가 높으냐에 직결된다.

다시 말해, 막걸리나 맥주 같은 양조주가 가장 숙취가 심하고 불순물을 첨가하지 않은 증류주에 가까울수록 숙취가 적다.

소주는 양조주는 아니지만, 질 낮은 원료에 감미료를 투하하여 유달리 심한 숙취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시간에는 칵테일에도 기주로 주로 활용되는 각국의 <증류주> 목록에 대해 얕게나마 알아볼까 한다.

 

 

보드카

 

앱솔루트 보드카 / 40%, 스피리터스 렉티피코와니 / 96(!)%

 

소주로 입문한 사람들에게 가장 접근성이 좋은 증류주는 단연 폴란드 / 러시아의 증류주인 보드카다.

무색, 무미, 무취를 특징이자 미덕으로 삼고 있어 평균 40%의 고도수를 자랑하면서도 양질의 원료에 여과, 증류에 심혈을 기울였다.

물로 희석해 약간의 감미료를 투하하면 부드러운 소주맛을 연상시킨다.

국내에선 스웨덴의 앱솔루트가 대중적으로 가장 유명하지만, 스미노프(러시아), 그레이구스(프랑스), 크리스탈 헤드(캐나다) 등도 각기 조금씩 다른 풍미를 자랑해 시도해볼만 하다.

코스트코 PB 브랜드인 커클랜드의 아메리칸 보드카와 프렌치 보드카가 가성비 상품으로 유명하다.

주로 기름진 음식과 곁들여먹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담백한 빵이나 야채와 함께하는 등 무색무미무취답게 안주를 가리지 않는다.

 

 

데킬라

 

호세쿠엘보 에스페샬 레포사도 / 38%, 에라두라 아네호 / 40%

 

멕시코에서 블루 아가베(용설란의 일종)로 만든 증류주, 데킬라!

일반적으로 숙취가 심하다 못해 끔찍한 술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오명은 전적으로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좌측 상단의 저가형 데킬라, 호세 쿠엘보 탓이 크다.

데킬라는 원료인 블루 아가베가 겨우 51%만 함유되어 있어도 해당 이름을 붙일 수 있다.

다시 말해 49%는 기타 불순물로 구성되어 있어도 문제가 없다는 말로, 숙취의 주된 원인이 된다.

모든 호세 쿠엘보가 다 이런 것은 아니고 에스페샬 라인이 아닌 트레디셔널 라인은 블루아가베 100% 함유로 이쪽은 숙취가 거의 없다.

데킬라는 숙성 단계에 따라 3단계로 분류한다.

- 블랑코(실버) : 무 숙성 원액으로 저렴한 대신 야성적이라 할 만큼 독하다.
- 레포사도(골드) : 2개월 ~ 1년 이내 숙성으로, 시중에서 접하는 데킬라는 이쪽이 대부분이다.
- 아네호 : 1년 이상 숙성품으로, 제품마다 다르지만 인삼주 같은 풍미를 갖는 경우가 잦다. 3년 이상 숙성은 특별히 <엑스트라 아네호>라고 부른다.

안주는 나초나 올리브와 곁들이거나, 인부들이 데킬라를 마시며 손등의 땀을 핥았던 점에서 유래해 소금과 함께 마시기도 한다.

 

봄베이 사파이어 / 47%, 고든스 진 / 43%

네덜란드의 증류주, 진.

비록 진이라는 이름은 생소하지만 상단 왼쪽의 아름다운 병은 어째선지 눈에 익다.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데, 만약 당신이 일용할 양주를 고르고 있었다면 병만 보고 홀린듯이 구매하기 쉽상이다.

하지만 그 실체는 그야말로 푸른 악마.

초심자가 마시기에는 높은 도수에 후첨된 향의 조화가 거북할 확률이 아주 높다.

물론 봄베이 사파이어가 특히나 심한 편이지만, 진 자체가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좋은 술이 아니기도 하다.

노간주나무 열매(주니퍼베리)로부터 착향되는 내음이 강렬한 솔향 특색을 발휘해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기 때문.

그나마 입문하기 가장 좋은 쪽은 우측 상단의 고든스 진으로, 가격도 저렴하고(2만원 내외) 진의 기초가 되는 정직한 맛을 가지고 있다.

만일 이런 경험을 통해 진이 호감으로 느껴진다면, 진의 솔내음은 극한의 청량함으로 변모하여 대체 불가능의 환상적인 양주로 당신의 사랑을 듬뿍 받을지도 모른다.

진은 곁들이는 특정한 안주보다는 토닉 워터를 첨가해 만드는 <진 토닉> 칵테일이 유명하다.

(+ 국내에선 요즘 진에 '솔의 눈' 음료를 타서 마시는 어둠의 칵테일 레시피가 흥하고 있다.)

 

완성된 진 토닉. 청량함을 강조하기 위해 시트러스 과일, 진의 종류에 따라 오이를 곁들이기도 한다.

 

 

 

바카디 럼 시리즈.

"요호호!"

해적의 술, 럼.

럼주라고 쓰이기도 하지만 역전앞 같은 표현이므로 지양하는 편이 좋다.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당밀을 이용해서 만든다.

오늘 마시면 모레 일어난다는 전설적인 술, '캪틴큐'가 럼향을 첨가한 싸구려술로 유통되었던 적이 있다.

역사에서 묻어나는 싸구려 이미지가 있지만 현재는 자신의 독자성을 인정받아 프리미엄화 되고 있는 추세다.

럼 또한 데킬라와 같이 여러 단계로 분류한다.

실버(화이트) : 거의 무숙성 단계로, 희미한 단내를 제하고는 보드카를 연상시킬 정도로 특징이 없다.
골드 : 다크 럼 맛이 희미하게 나는 편. 실버를 대신해서 단맛을 강조해서 사용하기도 한다.
다크(블랙) : 증류주치고 단향이 강하며, 고급화되어 브랜드마다 전혀 다른 특색을 내세운다. 
오버프루프 : 바카디 151로 유명한 도수 40%를 한참 넘는 술을 의미한다.
스파이스드 : 향신료를 후첨한 럼으로, 맛이 일정하지 않은 것이 매력.

개인적으로 럼을 편애한다.

다크 럼은 맛의 깊이는 어지간한 위스키나 브랜디만큼 깊지만 가격대는 그보다는 저렴하다.

오버프루프 럼은 칵테일에 첨가했을 때 도수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유명 칵테일 파우스트와 카타르시스에 들어간다.

스파이스드 럼은 브랜드마다 맛이 전혀 다른 점이 매력적이다. 실패했다 싶어도 콜라에 타마시면 대개 훌륭하게 회생한다.

 

 

위스키

 

발렌타인 12년 / 40% , 에반 윌리엄스 / 43%

 

왼쪽 위스키의 이름을 불러보라.

발렌타인 12'년'이라 불렀는가?

아님 발렌타인 12'년산'이라 불렀는가?

와인의 영향인지 국내에는 후자가 널리 퍼져있다.

하지만 ~년산은 대중적인 위스키에선 명백하게 틀린 명칭이다.

12년산은, 1912년이나 2012년에 병입되었다는 의미를 갖는다.

12년 쪽이 12년간 숙성되었다는 의미로 정확한 의미를 내포한다.

다음부터 다른 사람들과 함께 위스키를 만난다면 지식을 뽐내보자.

 

위스키는 하나로 묶기 모호할 정도로 다양한 종류가 있다.

우리가 흔히 마시는 발렌타인, 죠니워커, 시바스 리갈 등은 여러 원액을 섞어 만드는 블렌디드 위스키.
순수한 몰트(싹을 틔운 보리 맥아)로만 만드는 몰트 위스키.
이 외에도 옥수수로 만드는 버번 위스키.
버번을 정제한 테네시 위스키.
호밀로 만드는 라이 위스키.

위스키의 세계는 '여러 증류주 중 하나'로 분류하기엔 너무 깊기 때문에 추후 게시글을 따로 파서 자세히 설명할 듯 싶다.

만약 당신이 발렌타인에 길들여져 있다면, 버번 위스키인 (우측 상단)에반 윌리엄스를 추천한다.

첫 입에 느낄 수 있는 확연히 다른 풍미.

스파이시하면서도 달큰한 캐러맬향과 바닐라향이 당신을 새로운 세계로 인도할 것이다.

 

 

브랜디

 

헤네시 X.O / 40%, 불라 깔바도스 X.O. / 40%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꼬냑.

꼬냑은 프랑스 꼬냑 지방에서 생산하는 와인 베이스 브랜디를 의미한다.

가장 유명한 헤네시를 필두로, 까뮤, 레미 마틴, 쿠르부아지에, 마르텔을 묶어 <5대 꼬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꼬냑의 숙성 등급은 다음과 같다.

V.S. : 2년 이상 숙성.
V.S.O.P. : 4년 이상 숙성.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일반적인 시작점.
Napoleon : 6년 이상 숙성. 유령 브랜디에서 XO와 더불어 애용되는 명칭.
X.O. : 10년 이상 숙성. 일반인이 구할 수 있는 한계점. 5대 꼬냑의 XO라면 면세가도 30만원을 넘긴다.
X.X.O. : 최근에 도입된 등급. XO의 2배 이상의 고가를 자랑한다.
Extra : 비공식 등급. 한정판으로만 판매된다.

상기한 모든 등급은 '꼬냑'에 한한다.

다시 말해 꼬냑이 아닌 브랜디는 해당하지 않는다.

브랜디는 숙성 년도에 법적 구속력이 없으며, 이 때문에 출처를 알 수 없는 '나폴레옹' 혹은 'XO' 등급의 싸구려 브랜디들이 즐비한다.

쉽게 말해 필자가 지금 당장 와인을 증류시켜서 만든 에탄올 덩어리도.

'크림슨 X.O.'같은 그럴싸한 명칭을 붙인 후, 포장만 예쁘게 꾸며 정가 30만원에 90% 특가할인으로 3만원에 판매해도 법적 문제가 없다는 말이 된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이 브랜디를 구매할 때는 신중을 기해야하는 위험이 따른다.

또한, 브랜디는 과일주를 증류한 모든 술을 내포하는 명칭이다.

따라서 우측 상단의 불라는 와인이 아닌 '시드르(Cider)'라는 양조주를 증류해 만든 사과 증류주, 칼바도스의 일종이다.
브랜디 쪽도 위스키 못지 않게 이야기가 깊기 때문에 다음을 기약하며 오늘은 이쯤에서 마무리한다.

 

 

결론

 

나는 (희석식)소주를 감히 이렇게 말하고 싶다.

우리나라의 높은 주세 정책에 편승해 만들어진 쓰레기 술.

이것은 비단 소주 제조 회사만의 잘못은 아닐 것이다.

국내 소비자의 입맛과 분위기가 기존 소주에 익숙하니, 그에 맞춰 공급하고 있을 뿐이다.

본래 술은 부어라 마셔라로 취하기 위한 목적만을 갖고 있지 않다.

어우러지는 안주를 곁들이고, 향미를 즐기며- 주류가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을 탐닉하는 것.

그것이 주류 문화가 나아가야할 긍정적인 종착점이라 생각한다.

 

그나마 향취 면에서 높은 수준의 전통주는 주세 우대 혜택을 받고 있어서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는 중이다.

전통주를 통해 주류 문화가 일차원적인 주흥이 아닌, 다차원적인 취미생활로 변하기 위한 변곡점이 되어주길 바랄 뿐이다.

우리나라의 한 단계 높은 문화를 기약하며.

Cheers!

오늘도 읽어준 독자분들께 감사를 표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