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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위스키(주류, 술)

당신이 소주를 마실 필요가 없는 이유 (1) 부족한 알성비

by 크림슨 킴 2022. 12. 15.

(글에 앞서, 후술할 '소주'는 희석식 소주를 의미하며 초심자의 시선에 맞춰 작성되었음을 밝힌다.)

정말로?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보면 한번 쯤 봤을 법한 그림이다.

혹시 저 뒷이야기가 어떻게 되는지도 아는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틀림없는 현실고증 엔딩.

꼭 저 자리에서 드러누워버리지 않더라도, 소주가 맛없고 숙취가 심한 술이라는 것에는 모두가 동의하는 바일 것이다.

컨디션 좋은 날엔 간혹 혀끝에 단맛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말이다.

 

당신이 편의점에 가서, 혹은 포장마차에 들어가서 냉장고에서 소주 한 병을 집어들기 전에 잠시라도 고민해본 적은 없었나?

대체 이런 식용 알코올 화합물 따위를 먹어야만 하는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저렴하니까.

소주의 유일한 강점이다.

17도 이하의 부담스럽지 않은 도수에 편의점 약 2,000원, 술집 약 5,000원이 평균적인 소주는 기분 좋은 취기를 값싼 가격에 얻을 수 있다.

세계에서 알성비(알코올 도수 대비 가성비)가 가장 좋은 술이 소주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을 정도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당신이 소주를 마실 필요가 없는 첫번째 이유. 알성비.

 

 

<커클랜드 시그니처 아메리칸 보드카 1.75L / 40%>

 

커클랜드(코스트코 PB 상품 브랜드) 아메리칸 보드카에서 들어오는 보드카.

가격이 무려..

11,490원..?(환율에 따라 약 15,000원까지 변동 가능)

그래봤자 소주보다 비싸잖아!라고 생각했다면 당장 알성비를 계산해보자.

알성비를 계산기 위해선 우선적으로 알코올 전투력(후술할 때는 알투력으로 통칭)을 계산한다.

주류의 <도수 X 총 ml>를 단순 곱셈한 값으로, 칵테일 등을 마실 때 얼마나 취기가 고를지 추측하기에 유용하다.

소주 : 16.5% X 360ml = 5,940.

보드카 : 40% X 1,750ml = 70,000.

아쉽게도 드래곤볼의 프리더에는 미치지 못했다.

벌써 보드카의 알투력은 70,000이다.

하지만 알성비를 비교하기 위해선 아직은 이르다.

보드카의 알투력에서 소주의 알투력을 나누고, 이 값에서 소주 1병의 값을 곱하면 소주가 보드카였을 때의 가격을 같은 조건에서 구할 수 있다.

과정이 복잡하니 결론만 말하자면 약 23,560원. 11,000 ~ 15,000원을 오가는 아메리칸 보드카보다 2배 가까이 비싸다.

벌써 소주를 마셔야 하는 첫번째 조건, 알성비에서부터 타 주류에 밀려버린 셈이다.

 

그래서, 어디서 구할 수 있는데?

 

사실 이게 가장 큰 문제다. 입수 난이도.

커클랜드는 코스트코 PB 브랜드기 때문에 코스트코가 아니면 구할 수 없다.

아무리 저렴한 술이라도 주변에서 구하기 힘들다면 데일리로 즐기기엔 힘든 법.

그런 여러분에게 대안을 제시하겠다.

 

(1) 벨즈

<벨즈 블렌디드 스카치 위스키 / 40%>

위스키!

코냑과 함께 양주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그것.

큼지막하게 박힌 유니온 잭(영국기)답게 영국의 국민 위스키다.

실제로 윈스턴 처칠과 마가렛 대처가 즐겨 음용했기로 유명하다.

둥그스름한 언더락잔에 얼음 몇 개 넣고 콸콸 넣어마시면 영국의 멋쟁이 신사 킹스맨이나 여유있는 상류층이라도 된 기분이라도 느낄 수 있는 그것.

로고 없는 언더락잔은 다이소에서 1000~2000원에도 쉽게 구할 수 있다

코스트코, 이마트 같은 대형마트는 물론이요, 편의점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다.

최소한 입수경로만큼은 후술할 어떤 술보다도 우위에 있는 셈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발렌타인, 조니 워커, 시바스 리갈 같은 유명 위스키 상표들은 대다수 벨즈와 같은 블렌디드 스카치 위스키에 속한다.

저렴하다고 해서 주조의 근본부터 고급과 다르지는 않다는 말씀.

가격은 대체로 40도 700미리 기준 20,000원에 조금 못 미친다.

맞다. 알성비가 커클랜드 보드카에 비하면 미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단순 전투력은 28,000, 편의점 소주를 벨즈와 동일 조건에서 환산하면 약 9,427원.

벨즈가 2배에 조금 못 미치도록 비싸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어떤가.

주점에서는 소주 한 병이 5,000원 혹은 4,500원.

소주 4,500원 기준으로는 약 21,212원으로 벨즈의 값을 상회한다.

주점에서 부어라 마셔라 할바엔 집에서 고풍스럽게 위스키를 즐기는 쪽이 이득이 아닐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위스키를 즐기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이 게시글에서는 위스키의 스테레오타입 격인 언더락만 언급하고 넘어가겠다.

 

(2) 글렌스택

<글렌스택 블렌디드 스카치 위스키 700ml / 40%>

입수경로는 홈플러스.

가격은 9,900원이었으나 근래 10,900원으로 오른 듯 하다.

전투력은 벨즈와 대등하기 때문에 홈술 소주와 거의 같다.

위스키 마니아들 사이에서 내뱉는 위스키에 대한 최대한의 멸칭이 무엇인지 아는가?

'소주보다 조금 낫다'

글렌스택은 이 말에 더없이 적합한 술이다.

위스키를 기대하고 마시면 충격적이고, 소주를 기대하고 마시면 글자 그대로 술술 넘어간다.

소주의 가성비 대안으로는 완벽하다

하지만, 마냥 추천하기엔 혹시 본인의 글을 통해 양주를 처음 접한 입문자가 선입견이 생길까 두려워 선뜻 입을 열기 어려운 위스키다.

※ <랭스>라는 위스키가 홈플러스 등의 대형마트에서 입수할 수 있으며, 비슷한 가격에 맛은 낫다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글작성자가 마셔보지 못해 추천글에는 적지 않는다.

 

(3) 길비스(신형)

<길비스 보드카(신형) / 37.5%>

이마트 등의 대형마트에서 700미리 기준 약 9000원에 판매되고 있는 길비스 보드카.

알성비가 홈술 소주와 거의 대등하다.

입수 난이도가 쉬운 이 보드카는 한 마디로 정리할 수 있다.

'언럭키(억울한) 커클랜드 보드카'.

언럭키라는 말에 구매욕구가 하락했다면 정정하겠다.

'슈퍼럭키(상위호환) 희석식 소주'.

양주의 도수 평균 40도에 조금 미치지 못하는 37.5도에, 타 보드카 유명 상표인 앱솔루트나 스미노프에 비해서는 분명히 아쉬운 부분이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3배에서 4배 가까이 차이나는 가격표는 우리에게 길비스를 집어들만한 이유를 만들어준다.

보드카의 미덕은 무색무미무취로 40% 기준 -21.28℃에서 언다는 점을 이용해 향을 퍼지지 않게 하여 냉동실(가정집 냉동실의 온도는 일반적으로 -15 ~ -18°C. 보드카가 얼지 않는다)에 보관했다 마시는 것이 일반적이다.

오렌지주스, 크렌베리주스, 자몽주스 등과 이리저리 섞어마시는 것도 대중적이기 때문에 추천한다.

단, 길비스를 구매할 때는 주의해야할 사항이 있는데.

<길비스 - 식용으로 가공한 공업용 알코올(구형) / 37.5%>

700미리인 신형에 비해 50미리나 많은 750미리를 기본으로 하고, 가격도 더 저렴하지만.

구형을 구매하는 것만큼은 극구 말리고 싶다.

뭐 얼마나 다르겠어 싶지만 원산지가 신형은 영국, 구형은 한국이며 원재료도 차이나는 아예 다른 술이라고 봐야한다.

지금부터 간단하게 신형과 구형의 구별법을 설명할까 한다.

어린영지버섯과 붉은사슴뿔버섯을 구별하는 것만큼이나 주의깊게 들을 필요가 있다.

왼쪽이 독버섯.

구형은 병이 네모나고, 신형은 병이 둥글다.

양주 입문자에게 악명을 떨치는 <봄베이 사파이어 진>도 네모나다.

기억하자.

네모난 술을 집어들기 전엔 한번 더 생각할 필요가 있다.

네모의 꿈.

네모.

제발.

 

(4) 이과두주

<이과두주 125ml / 56%>

대형마트에서 어렵지 않게 입수할 수 있는 중국 고량주(백주의 일종)인 이과두주.

중국의 소주(주로 중장년층에게 인기) 포지션을 담당하고 있다.

약 1,500원.

중국 마트에 가면 훨씬 대용량의 백주들이 있지만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데다 용량 부담이 있어 125ml를 기준으로 한다.

4.5L에 달하는 초대용량 고량주들.

125ml. 얼핏 360ml인 소주에 비해 너무 작아 우스워보인다.

하지만 작은 고추가 맵다던가.

이과두주의 알투력은 자그마치 '7,000'으로, 소주 약 1.18병에 해당하는 알투력을 갖는다.

가격도 소주에 비해 약간 저렴해 소주에 비해 가성비가 낫다.

무려 56도에 달하는 고도수에 은은한 배 향이 매력적이다.

음용법은 보드카와 유사하다.

어는 점이 높은 점을 이용해 냉동실에 두었다 마시거나, 다른 음료나 물에 희석(단, 고량주는 특유의 향이 강하기 때문에 주스에는 어우러지지 않을 수도 있으니 주의)시켜서 원하는 도수로 마시는 것도 좋다.

 

- 글을 마치며

어떤가?

소주가 가장 저렴해서 어쩔 수 없이 찾던 이들이라면, 이 글을 통해 마냥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나는 위스키가 좋다고? 보드카로 갈아타야겠다고?

정말 환영이고 영광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아직 구미가 당기지 않은 이들도 충분히 있을 법하다.

집에서 술을 구비해놓고 즐기는 프로 홈술러가 아니라면 충분히 타 주류의 가격 경쟁력에 영향받지 않을 수 있으니.

하지만 기대하시라. 당신이 소주를 마실 필요가 없는 이유는 알성비만이 아니니까.

다음 시간에 계속.

오늘도 읽어준 독자분들께 감사를 표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