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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타이저(사전지식)

아크메드라비는 표절 짝퉁 브랜드가 아니다.

by 크림슨 킴 2022. 12. 22.

 

아크메드라비 / 시그니처 도넛 후드 / 109,000원

<아크메드라비>라는 브랜드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상단의 귀여운 아기 사진을 바탕으로 2020 ~ 2021년에 특히 바짝 인기를 끌었던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다.

비싸긴 해도 납득할 수 있을 정도인 10만원 초반의 도메스틱 후드.

창업주의 동대문, 청담동 편집샵을 거쳐 얻은 노하우와 인맥을 활용한 공격적인 스타 마케팅.

그 인기가수 아이유도 입었다!

젊은층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 수 밖에 없는 필요충분조건이 마련되어 있었다.

밴드왜건 효과(유행 / 편승 효과) 덕인지, 한국을 넘어 호주와 중국에서도 빅-히트를 쳤다.

하지만 그 아크메드라비의 높은 콧대에도 오명이 따라 붙었으니.

바로 해외 유명 스트리트 브랜드 <이놈어닛>의 카피라는 것.

이놈어닛 / EGO 후드 / 약 40만원
이놈어닛 / 보위 바코트 후드 / 약 40만원

어떤가, 상단의 이놈어닛과 아크메드라비가 닮아보이는가?

분명 컨셉을 참조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나 또한 청담동 의류 편집샵까지 운영한 창업주가 이놈어닛을 몰랐을 가능성은 거의 0에 수렴하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아크메드라비가 표절이라 '폄하'되는데에는 동의할 수 없다.

 

그 차이를 표현하자면.

첫째로, 이놈어닛은 갱스터 힙합을 포커싱한 다크한 무드를 추구하는 반면,

아크메드라비는 귀엽고 깔끔한 무드를 추구한다.

 

이놈어닛의 대표 디자인들을 몇 개 더 가져와볼까 한다.

이놈어닛의 세비지 티셔츠, 파블로 아카이브 후드

왼쪽은 'XXXTentacion'을 연상시키는 안면 타투를 한 흑인이 그려져있다.

오른쪽은 역대 최악의 마약왕이라고도 불리는 '파블로 에스코바르' 역을 맡은 배우의 얼굴이다.

이외에도 이놈어닛 티셔츠나 후드를 찾다보면 사람이 프린팅되지 않은 상품을 찾기 어렵다.

척 보기에도 귀여운 감성으로 입기엔 무리가 있다.

 

이번에는 아크메드라비를 가져와보겠다.

아크메드라비의 그래피케어베어스, 프루트바스켓 후드

디테일 포인트를 짚을 필요없이 직관적으로 분위기가 다르다.

물론 아크메드라비를 성장시킨 시그니처인 아이들 사진의 후드도 현행 발매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를 추구하고 다른 디자인을 섞고 있다.

사람이 아닌 키치하거나 이지한 디자인의 프린팅도 상당수 발매하고 있다.

 

 

둘째로, 디자인 카피로 성장한 브랜드는 아크메드라비 외에도 많다.

이 말은 얼핏 피장파장의 오류처럼 보인다.

'쟤도 카피하는데 얘는 왜 안돼!' 라는 초등학생 수준의 논리 같으니.

하지만 의류 디자인의 카피는 단순히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핵심은

'어느 시점부터 카피라고 볼 수 있느냐'

'어느 정도까지의 카피는 용인할 수 있는가'

다.

 

일본의 복각 브랜드 <버즈 릭슨>을 아는가?

버즈 릭슨 / MA-1 올리브 / 약 100만원

주로 근본 있는 MA-1으로 유명한 알파 인더스트리의 가격이 20만원 대인것을 감안하면, 충격적인 가격이 아닐 수 없다.

일본의 복각 브랜드 <버즈 릭슨>은 밀리터리, 그 중에서도 특히 미군 의복을 소름돋는 싱크로율로 복각하기로 유명하다.

버즈 릭슨 같은 복각 브랜드의 본분은, '얼마나 원본과 동일한가'라고 볼 수 있다.

안감 소재부터 지퍼 브랜드, 디테일한 실측까지.

실제로 세계대전 당시 보급되었던 미군복 원본에 정확하게 부합할 수록 그 가치를 크게 본다.

그렇다면 버즈 릭슨은 카피 표절 브랜드인가?

복각 브랜드는 예외라고?

브랜드 없는 군납 상품을 흉내내는거니까?

브론슨 / MA-1 올리브 / 약 13만원

이쪽은 어떤가?

<브론슨>은 중국 밀리터리 복각 브랜드로, 재미있게도 상단의 버즈 릭슨을 소름돋는 싱크로율로 복각하기로 유명하다.

복각품을 복각하는 우스운 일이 발생한 것이다.

대신 가격은 1/10에 가깝다.

대부분의 밀리터리 매니아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브론슨은 대륙의 실수다. 가성비가 훌륭하다."

누구도 브론슨을 카피 브랜드라 폄하하는 이는 없다.

아크메드라비를 표절 브랜드라 생각하는 이들에게 묻고 싶다.

브론슨은 표절인가?

 

 

브랜드라곤 나이키와 아디다스 밖에 모르는 패션 문외한도, 슈프림에 대해서는 들어보았을 것이다.

문외한이라면 이런 이미지일지도.

비록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정식 매장이 없어 지하상가의 싸구려 운동복 브랜드라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미국을 대표하는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로, 후드 하나에 리셀가로 백만원을 우습게 넘기는 인기 브랜드다.

(당연히 지하상가에 있는 슈프림과 같은 상품이 아니다)

전 세계가 슈프림에 열광하고, 높은 이름값에 수많은 브랜드와 아티스트들이 줄지어 콜라보레이션을 제안한다.

코카콜라 로고, 루이비통 로고를 카피한 슈프림.

슈프림의 성장가도는 흥미롭다. 

97년의 코카콜라 로고 카피를 시작으로, 수많은 명품 브랜드를 거쳐 00년도에 루이비통을 카피하기에 이른다.

힙합퍼나 보더 사이에 형성된 안티 팝 문화를 저격해 온갖 브랜드 로고를 카피하고 슈프림을 덧입힌 것이다.

다른 브랜드들은 스트릿 문화의 연장선으로 생각하고 그저 조용히 방관했지만, 루이비통은 그렇지 않았다.

상표권 무단도용으로 슈프림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고, 남은 재고를 전량 폐기 처리시키기에 이른다.

그렇게 슈프림이 폭삭 망해버렸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지금의 슈프림은 없을 것이다.

이미 형성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슈프림은 매니아들 사이에서 브랜드 가치를 계속해서 불려나갔고, 끝내는.

루이비통의 17FW 시즌.

자신들을 소송했던 루이비통과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고야 만다.

세계 최고의 명품과 스트릿 브랜드의 합작품은 초대박을 쳤고, 소비자들을 몇날 며칠 캠핑시켜서까지 완판을 시키는 쾌거를 이룬다.

루이비통의 수장이었던 故 버질 아블로.

심지어 유명 스트릿웨어 디자이너 버질 아블로까지 "Supreme is my Louis Vuitton.(슈프림은 나의 루이비통이다.)"라는 말을 남긴 바 있다.

- 그런 버질 아블로가 2018년이 되어 루이비통의 총괄 디렉터 자리에 앉았던 것은 유머 아닌 유머.

지금도 슈프림에 단순 카피 브랜드라고 손가락질 하는 이는 거의 없다.

그저 '반항 정신이 유쾌하다'라고 받아들일 뿐.

 

 

짚고자 한다면 끝이 없지만, 마지막으로 브랜드<자라>를 언급하고 예시를 드는 것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업계 최대 매출을 자랑하는 SPA브랜드.

주변에서 "나 자라 좋아해"라는 사람은 수두룩하게 봐왔을 것이다.

어쩌면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일지도!

그런 당신이라면, 아크메드라비를 보며 짝퉁 브랜드라 혀를 차서는 안된다.

<자렌시아가>라는 별명이 붙었던 자라의 신발 라인업. 위에서부터 왼쪽, 왼쪽, 오른쪽이 자라.

위 자렌시아가는 수많은 자료 중 하나의 표본일뿐.

자라는 우리가 흔히 카피 브랜드라 일컫는 대부분의 조건을 충족하고 있다.

패스트 패션을 내세우며, 대놓고 유사 디자인을 찍어내는데 앞장서고 있다.

심지어는 소비자들도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며, 저렴한 가격에 명품 디자인을 입을 수 있다는 점에 메리트를 느껴서 구매로까지 이어진다.

디자인 표절 논란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는 이들이라면, 자라와 아크메드라비에 이중잣대를 들이밀어서는 안될 것이다.

 

알다시피, 상단에 나열한 브랜드 바짓가랑이를 잡고 동격으로 끌어놓고자 꺼낸 말이 아니다.

패션은 원래 돌고 돈다.

그것은 비단 세월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고, 세계구에도 통용되는 말이다.

지구 반댓편에서 유행했던 물건이 타고 넘어와서 이쪽에서 유행할 수도, 한류 열풍을 타고 반대로 넘어갈 수도 있다.

이것은 당연한 일이고, 유행은 각국의 브랜드에 머무르면서 재생산이 이루어진다.

물론 완전히 동일한 디자인은 표절이고, 상표권 침해가 맞다.

하지만 디자인 일부를 차용해 재해석하는 것은 패션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입장에서 독자적인 아이덴티티로 인정해주어야 한다고 보는 입장이다.

'오리지널'이라 불릴 수 있는 브랜드는 자신의 오리지널리티를 지키기 위해 상품의 질과 독창성으로 승부해야할 것이다.

오늘도 읽어준 독자분들께 감사를 표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