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하면 떠오르는 브랜드는 무엇인가?
샤넬? 루이비통? 디올?
갑자기 램프의 요정 지니가 나타나 이런 브랜드 상품을 손에 쥐어준다면 마다할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제목에서 지칭하는 명품이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이런 브랜드를 칭한다.
본론부터 짚고 가자면, 재벌가의 패션은 하나의 핵심적인 키워드를 관통한다.
<구별짓기(Distinction)>.
(지적 허영을 의미하는 스노비즘(Snobbism)과 상통하는 부분이 있다만, 부정적인 의미는 포함하지 않는다.)
루이비통이라는 브랜드에 대한 당신의 이미지는 어떤가?
명품계의 독보적인 1인자(매출과 인지도 기준).
대다수에게는 도전적인 이미지보다는 클래식한 모노그램 패턴이 뇌리에 남을 것이다.
하지만 이 패턴에 대한 우리가 상상하는 이미지는 어떤가.
정말 고급스러운가?
루이비통의 <3초백>이라는 오명은, 지하철에 가면 3초에 한번씩 마주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물론 3초백을 들고 있는 이들의 전부가 정품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직관적으로 정가품을 구분할 수 없고, 결과적으로는 루이비통 모노그램 패턴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유발되는 결과를 낳는다.
이미지 형성에 정말 중요한 것은 그것의 정가품의 여부가 아니다!
중산층도 이런 반응을 보이는 일이 잦은데, 슈퍼 리치들은 오죽할까.
그들은 램프의 요정이 아니라도 마음만 먹으면 하루에 몇 개도 바꿀 수 있으리라.
루이비통에 집착할 필요가 있을까?
예시를 들어보자.
지구에 단 하나 밖에 없는 공방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그것도 아주 깊은 산골짜기 속에.
저 산골집에는 수 십년을 수제 가방 외길인생으로 평생을 바친 장인이 살고 있다.
가죽질, 박음질, 광택, 색감.
흠잡을데가 없고 에르메스 저리가라할 정도로 완벽하다.
정말이지 당신 마음에 쏙 들지만, 특유의 시그니처 패턴이나 브랜드 같은 건 없다.
다시 말해 누가 알아볼 일은 평생 일절 없는 것이다.
"얼마"냐 물으니 돌아오는 장인의 대답.
"2천만원."
레이를 넘어 아반떼를 넘보는 가격.
이 가방을 선뜻 구매할 수 있을까?
월 천만원을 넘게 벌어도 이런 상품에 투자하기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내 추측으로는, 월 억대에 가까워도 선뜻 구매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명품을 소비하는 내면에는 인정 욕구, 남들에게 보이기 위함과 알아봐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내제되어 있으니까.
산골 장인이 만든 가방은 그런 과시욕을 충족시켜줄 수 없는 물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슈퍼리치들은 어떨까.
최소한 나라면 고민하지 않고 구매할 것 같다.
왜? 내가 들었으니까.
모두가 내가 부유하고 성공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내가 들면 세간이 주목하고, 내 일거수일투족은 뉴스의 화젯거리가 된다.
내가 사고 싶으면 사는거고, 아님 말고.
중산층이 맹목적으로 슈퍼리치를 흉내내는 것도 우스운 꼴이 될 수 있다.
그들은 아무렇게나 입는 듯 보여도 그들이 가지고 있는 후광 효과에서 비롯된 일종의 신격화(?)가 있고, 일반적으로는 '거지꼴'이라 폄하되기 마련이니까.
산골장인은 극단적인 예시지만, 로고를 강조하지 않더라도 알아볼 사람은 알아본다.
디자인이 독창적이고, 컬러웨이나 디테일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삼고 있다.
그들만이 형성하고 있는 문화가 있고, 속어처럼 '그들만의 리그'가 있다.
명품이라는 말의 사전적인 정의는, '상품적 가치와 브랜드 밸류를 인정받은 고급품'이지, 단순 값이 비싼 상표를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니까.
근래 들어 특히나 MZ세대 사이에서 무분별한 명품 열풍이 불고 있다.
과거의 '등골브레이커' 노스페이스 패딩은 우스워질 정도로 수십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브랜드를 턱턱 사곤 한다.
톰 브라운, 스톤 아일랜드, 구찌, 고야드.
단순 용돈을 모으는 것으론 충당되지 않는 경우도 많을텐데, 어디서 그 돈이 났는지 의문스럽기까지 한다.
누가 어떤 가방을 메고 시계를 차건.
그것은 모두의 자유다.
- 나는 환경을 사랑하니 리사이클링 브랜드 <프라이탁>을 들겠어.
- 나는 기왕 큰 맘 먹고 사는거 티나는 명품 <루이비통>을 들겠어.
- 나는 알아보지 않아도 좋으니까 <멀버리>를 들겠어.
어느 쪽도 일방적인 비난을 받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최소한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고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는 일이라면, 그것은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당신이 구매할 그 브랜드가, 정말 당신의 행복을 위한 일인가?
"이쯤은 남들도 다 입으니, 나도 하나 장만하는게 순서상 맞겠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진 않은가?
글쎄, 그것을 잘 아는 것은 글을 쓰고 있는 필자보다도 당신일 것이다.
비정상으로 치닫고 있는 소비 행태를 보며, 구매에 앞서 한번 더 고민해보기를 바라는 마음에 글을 적는다.
오늘도 읽어준 독자분들께 감사를 표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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