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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저트(추가정보)

그 시계를 사기 전에 살펴야 할 것 (3)-3 음차, 키네틱 무브먼트

by 크림슨 킴 2023. 2. 23.

지난 두 번의 시간에서는 주류를 이루는 두 갈래의 무브먼트에 대해 알아봤다.

메이저한 작동방식은 전자식(쿼츠)과 기계식(오토매틱, 수동)이다.

 

左 오토매틱, 右 쿼츠

 

하지만 세상에는 두 가지에 속하지 않는 무브먼트를 탑재하는 시계들도 있다.

이제는 단점이 부각되어 역사의 뒤안길로 밀려났거나.

혹은 브랜드만의 독보적이고 혁신적인 기술력이거나.

둘 중 하나다.

 

 

음차 무브먼트

 

부로바 아큐트론

 

'쿼츠 파동'이 있기 전, 1956년에 '부로바(Bulova)'에서 내놓았던 혁신기술 무브먼트였다.

최초로 탑재되었던 건 모델명 '아큐트론(Accutron)'.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소리굽쇠를 공진시켜 발생하는 진동수를 초침을 움직이는 기준으로 한다.

 

소리 굽쇠의 모습.

 

부로바에게 있어서도 상징적인 무브먼트였기 때문에, 로고도 소리 굽쇠의 형태를 본따 만들어졌다.

음차 무브먼트의 강점은 압도적인 진동수.

기계식 시계는 초당 8진동을 전후하는 한편, 아큐트론의 진동수는 무려 초당 720진동.

전례없는 고성능이었고 - 당시 세이코, 오메가 등에서도 기술을 받아 사용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左 세이코 아스트론 1969, 右 세이코 아스트론 GPS 솔라

 

이전에 언급했듯 10년정도가 지난 1969년, 쿼츠 파동이 일어났다.

세이코의 보급화된 쿼츠 시계에 의해 음차 시계는 강점이었던 정확도면에서 패배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당시 세이코 아스트론 쿼츠 시계의 진동수는 무려 초당 32,768진동.

현재 전 지구에서 가장 고진동 시계로 알려진 세이코 아스트론 GPS 솔라의 진동수는 초당 약 92억진동(..)

 

부로바 아큐트론 2.

 

안타깝게도 한정판 복각의 희귀한 케이스를 제외한다면 음차 시계는 쿼츠 파동 이후 단종되어 더 이상 양산되지 않는다.

현재 부로바는 음차 시계를 포기하는 대신, 세이코의 라이벌이라 볼 수 있는 시티즌 사와 손잡고 '아큐트론 2'를 생산한다.

해당 라인은 슈퍼 쿼츠인 UHF 무브로 생산되며 - 262kHz(초당 522,000회) 진동을 갖는다.

 

 

키네틱 무브먼트

 

세이코 키네틱 무브먼트.

 

1969 쿼츠 파동으로 사업 성공 이후, 이번에 세이코는 쿼츠 시계의 배터리 교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에 몰두한다.

그렇게 1986년 탄생한 것이 오토매틱과 쿼츠의 장점을 결합한 '키네틱 무브먼트'였다.

발명 당시에는 직관적인 작명으로 오토매틱 쿼츠라 불렸으나, 1991년에 키네틱으로 개명하였다.

 

左 쿼츠 시계의 동력원인 배터리, 右 오토매틱 시계의 동력원인 로터.

 

쿼츠는 진동수에서 강점을 갖는 대신 주기적으로 배터리를 갈아줘야하는 고질병을 가지고 있었다.

세이코는 이 단점을 오토매틱의 로터를 이용해 착용자의 움직임에 따른 동력 공급으로 '커패시터(키네틱 무브먼트의 배터리)'를 충전하고자 했다.

운동 에너지는 축전기에 저장되어 시계의 '파워 리저브(시계의 파워 저장량)'를 늘린다.

덕분에 일반적인 쿼츠 배터리의 수명이 1 ~ 2년에 그치는데 비해 키네틱 커패시터는 5 ~ 7년에 달한다.

 

세이코 커패시터.

 

얼핏 쿼츠의 단점을 완전히 상쇄한 듯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번엔 키네틱의 단점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우선 키네틱은 불사의 무브먼트가 아니다.

주기가 긴 편일지언정 교체는 필연적으로 필요하며, 흔하지 않기 때문에 값비싸다.

추가로 기술의 발전으로 수명이 10년 이상 가는 쿼츠 배터리들도 개발되어 상대적으로 장점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덕분엔 과거엔 프리미엄 라인에만 탑재되었던 키네틱은 현재 비인기 모델이 되어 드물게 엔트리 라인에서나 볼 수 있는 무브먼트가 되었다.

 

 

결론

 

지금까지도 쿼츠와 오토매틱이 애용되는 이유를 방증하는 듯.

밝지만은 못한 결말을 맞은 두 무브먼트에 대해 알아보았다.

다음 시간에는 현행으로도 많은 브랜드에서 애용되는 독특한 무브먼트에 대해 알아볼 계획에 있다.

오늘도 읽어준 독자분들께 감사를 표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