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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저트(추가정보)

그 시계를 사기 전에 살펴야 할 것 (3)-2 오토매틱 무브먼트

by 크림슨 킴 2023. 2. 17.

정확히는 쿼츠에 대응되는 용어는 메카니컬이다만, 자세한 내용은 후술한다.

쿼츠가 실용성을 쫓는다면 - 오토매틱은 감성을 쫓는다.

상대적으로 값도 비싸고, 정확도도 떨어지고, 5년 주기로 분해 재조립의 '오버홀'을 해야하는 등 관리하기도 번거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답다.

오늘은 그것으로 충분한 기계식 무브먼트에 대해 총정리한다.

 

 

오토매틱과 수동

 

국어로 자동과 수동.

영어로 오토매틱과 매뉴얼.

하지만 어째 오토매틱(이하 오토)은 영어로, 수동은 국어로 표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본문에서도 오토와 수동으로 표기한다.

 

左 제니스 엘 프리메로 - 오토, 右 (오메가)르마니아 1873 - 수동

 

왼쪽은 오토, 오른쪽은 수동 무브다.

직관적으로 양쪽 모두 태엽으로 구동한다는 공통점이 눈에 들어온다.

그렇다면 어떤 차이를 느낄 수 있는가?

오토 쪽에는 무브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닻 모양의 '로터(회전추)'가 부착되어 있다.

 

브라이틀링의 벨쥬 7750에서 추출한 로터.

 

해당 로터는 일종의 동력원 기능을 하는데, 시계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역할을 한다.

감지된 힘은 태엽을 구동시키는 동력으로 치환되어 시분초침을 움직인다. 

다시 말해, 시계를 차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작동(셀프 와인딩)한다는 의미가 된다.

이론적으로(오차를 무시한다면) 배터리 개념이 없기 때문에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수동 회중 시계.

 

반면 로터가 없는 수동 시계는 시계 우측의 버튼인 용두를 감아주는 것으로 작동(매뉴얼 와인딩)시킬 수 있다.

매니아 사이에서는 이 개념을 은어로 '시계에 밥을 준다'고 표현한다.

10 ~ 20회 정도 감아주어야하는데, 과하게 감으면 고장을 야기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오토 역시 매뉴얼 와인딩 기능도 탑재하고 있어 수동은 성능면에서 오토의 하위호환인 경우가 잦다.

기계식 시계는 감성의 영역이기 때문에, 로터가 큼지막하게 중앙을 가리는 오토에 비해 시계태엽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기 용이한 수동을 선호하는 사람도 많다.

또한, 수동은 무브먼트를 아주 얇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시계의 두께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진동수와 초침

 

 

左 세이코 로드 마블 36,000비트, 右 세이코 프레사지 21,600비트

 

기계식 시계를 보다 보면, '진동수(비트)'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다.

상단의 영상은 36,000비트와 21,600비트를 비교한 영상이다.

이는 1시간에 몇 번이나 진동하는지를 의미하며, 진동수가 올라갈수록 초침이 물흐르듯 부드럽게 움직인다.

영어로 표기를 바꾸면 'VpH'로, Vibration per Hour(시간 당 진동수)를 의미한다.

 

제니스 엘프리메로 에스파다 36,000VpH.

 

28,800진동을 기준으로 삼아 36,000 이상은 빠르다하여 '하이 비트', 21,600 이하는 느리다하여 '로 비트'라고도 부른다.

초당 진동과 주파수(헤르츠 = Hz)로도 변환이 가능한데, 그 값은 다음과 같다.

* 21,600VpH = 초 당 6진동 = 3Hz
* 28,800VpH = 초 당 8진동 = 4Hz
* 36,000VpH = 초 당 10진동 = 5Hz

진동수가 높으면 정확도와 내구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지만, 빠른 부품의 마모가 단점으로 손꼽힌다.

사실, 일반인들은 눈을 크게 뜨고 들여다봐도 육안으로 세 종류의 진동을 구분하기 쉽지 않다.

따라서 이 쪽 역시 감성의 영역이자 - 과시보다는 자기만족으로써의 취향의 영역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쿼츠와의 구분법?

 

우선, 시계 케이스백(뒷면)이 열려 있으면 일 초 안에 구분할 수 있다.

이를 '시스루백'으로 부르며, 뒷판을 뜯지 않고도 무브먼트를 즐길 수 있게끔 설계되었다.

내구성이 떨어지고 두께가 두꺼워지지만, '아름답다'는 사실 하나가 모든 것을 용서한다.

 

오메가 스피드마스터 문워치. 左 솔리드백, 右 시스루백.

 

뒷판이 열린 시계가 태엽이 한 개라도 보인다면 기계식, 그렇지 않다면 전자식(쿼츠)이다.

사실 99%의 전자식은 시스루백이 아닌 '솔리드백(뒷판이 막힌)'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시스루백인 시점에서 기계식이라고 결론내려도 무방하다.

 

左 카시오 쿼츠, 右 라도 오토매틱.

 

둘째로는(당연하지만) 시계 전면부 글귀를 살펴보는 방법이 있다.

Quartz라고 적혀있으면 쿼츠, Automatic이라고 적혀있으면 오토매틱.

하지만 작동 방식을 숨기는 의도가 있거나 그 이상의 기능을 강조하고자 할 때는 글귀를 적지 않는 경우도 있다.

 

무지 벽시계.

 

벽시계나 탁상시계를 떠올리면 '째깍째깍'이라는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가?

물흐르듯 초침이 움직이는 기계식과는 대조적으로 대부분의 전자식 시계는 초 당 한 칸씩 끊어지듯 움직인다.

90% 이상은 이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하지만 쿼츠도 오토매틱을 모방하여 '스윕 세컨드'.

오토매틱도 '초 당 1진동'을 채택한 '데드-비트 세컨드'.

...라는 극히 드문 예외가 있으므로 100%는 아니다.

 

결국은 작정하고 숨긴다면 손목 위에서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은 없으며, 시계방에서 케이스백을 따는 수밖에 없다.

그런 과격한 방법을 쓰지 않고도 시계 작동 방식을 알고 있는 것은 시계 소유주 밖에 없는 셈.

 

 

결론

 

감성이라 쓰고 자기만족이라 읽는 오토매틱 시계.

이전 게시글 <그 시계를 사기 전에 살펴야할 것 3-(1) 쿼츠 무브먼트>에서 언급했던, 1969년 '쿼츠 파동'에서 일부 기계식 시계 브랜드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를 밝히겠다.

그것은 다름 아닌 '고급화 정책'이었다.

모든 실용성을 포기하는 대신 클래식한 멋을 강조하고, 화려한 기능, 무브먼트의 아름다움으로 저가형 쿼츠와의 차별화를 꾀해 일종의 '고급 팔찌'의 개념으로 존속한 것이다.

 

할디만(HALDIMANN) H9 Reduction.

 

그 관점이 극단적으로 치닫은 것의 대표적인 예시가 '할디만 H9'이다.

시분침은 물론이요 글라스가 검게 가려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 출고가는 무려 150,000 스위스 프랑, 한화로 약 2억원.

대신 그 글라스 아래는 고급 시계 기술의 정수, 중력 오차 보조 기능의 '뚜르비옹'이 끊임없이 돌아가고 있다.

제작자는 이에 대해 "시간은 상상될 수 있고, 꿈꿔질 수 있고, 발명될 수 있는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스마트폰 시간 확인 기능.

 

21세기에 살고 있는 우리는 항상 스마트폰을 지니고 살고 있어, 시계를 통한 시간 확인 기능을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스마트하지 못한 손목시계를 탐하는 이유, 그것은 약간의 편의성과 대부분의 사치를 위해서다.

기왕 사치를 목적으로 구매하는거, 자기 만족을 충족시킬 수 있는 기계식 시계를 구매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 게시글의 정보를 통해 여러분이 후회없는 시계 쇼핑을 하기를 바란다.

오늘도 읽어준 독자분들께 감사를 표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