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 냄새가 지리긴 한다.
최근 뜨거운 감자가 된 무신사 냄새.
SNL은 시트콤 형식으로 진행되는 블랙 코미디 프로그램으로, 신입사원(지코 扮)의 첫인상을 윗선배(주현영 扮)가 '무신사 냄새'가 난다고 속으로 생각하는 부분이 화제가 되었다.
'무신사 냄새'란?
이전에 있었던 신조어 같은건 아니고,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단어로 이루어져 있다.
먼저 무신사. 2021년 기준 무려 4,667억 매출을 자랑하는 독보적인 패션 플랫폼.
규모가 큰 만큼 전연령층을 아우르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중저가의 저렴한 가격을 선보이는 덕에 특히 1020세대의 남성에게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다시 말해 '무신사 냄새'가 난다는 말은 1020세대 남성들의 패션스타일을 지니고 있다는 의미와도 상통한다.
전후맥락을 보면 긍정적인 의미라기보다는 다소 비하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영상에서 지코가 입은 옷은 무신사 스탠다드 가디건을 풀어헤치고, 얇은 써지컬 스틸 목걸이를 걸친것과 거의 동일한 착샷을 하고 있다.
유사상품인 미니멀 가디건이 6,947개, 해당 상품 후기가 3,133개로 도합 10,080개의 구매후기를 가지고 있는 무신사 스탠다드 가디건.
후기 작성을 귀찮아하는 구매자 특성상 실제로는 이보다 몇 배는 많은 판매량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단순 무신사 PB 브랜드인 무신사 스탠다드의 단순 합산이고, 무신사는 플랫폼을 근본으로 하기 때문에 타 브랜드 유사품을 합산하면 월등히 많을 것이다.
결국 옷 좋아하는 1020세대 남성 십중팔구는 무신사에서 구매한 가디건을 하나쯤 가지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처럼 무신사 냄새는 젊은 층의 몰개성하고 무난한 패션스타일을 멸칭으로 일컫는 말처럼 인식되고 있다.
심지어는 구린내의 방언에서 비롯된 꾸릉내를 비틀어 '무릉내'라고 부르고도 있다니 말 다했을 정도.
하지만 단순히 그런 의도였을까?
지코는 한눈에 보기에도 다른 직원들과 이질적인 아웃핏을 지니고 있다.
회사마다 복장 규정이 다르겠지만, MZ오피스에서 묘사되는 회사는 전체적으로 와이셔츠와 블레이저를 기본으로 하는 포멀한 복장을 입는 것이 기본으로 보인다.
"로마에 갔으면 로마 법을 따르라"는 말도 있지 않는가.
보수적인 복장 규정을 가진 곳에 입사했다면 그 곳의 규율을 따라야한다.
하지만 지코가 작중에서 입고 있는 옷은 풍기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흔히 미니멀룩이라고 부르는 복식.
회사라기보다는 미팅 자리에 입을 법한 스타일에 가까워보인다.
지코의 입사 이전에도 당시 신입사원(이은지 扮)과 속으로 상호 간의 복장을 지적하는 장면이 송출된 바 있다.
이번에서야 남성들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기 위해 처음으로 끌고 온 멘트가 아니라는 뜻이다.
내로남불 젊은꼰대를 모티브로 구성된 캐릭터.
블랙 코미디를 모토로 만들어진 MZ오피스 속의 주현영은 그런 캐릭터다.
이 외에도 코미디 특성상 수많은 씬이 있지만, 하나만 뽑아 가져온다.
작중의 주현영은 무려 '사내 브이로그를 촬영'하고 있다.
허락을 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등장인물 그 누구라도 불쾌한 기색을 표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
하지만 오히려 사내 직원들은 대부분 속으론 다른 생각을 할지언정 촬영에 동참한다.
여성 출연진들은 우스꽝스럽게 그려지는 반면, 지코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정상인으로 묘사되는 사람이 청일점인 김원훈 한 명 밖에 없다.
이는 패션 커뮤니티에서 말하는 '남자가 만만하니까 괜히 그런다.'라는 말은 틀린 말임을 반증하는 셈이다.
한편으로는 댓글 중 여성을 상대로 "역으로 '올리브영 세일 냄새 지리네'라고 과연 했을 수 있었을까?"라는 설의도 보였다.
물론 그 댓글이 옳다. 분명 못했을 것이다.
다만 그것은 여성이 남성보다 우월한 일등시민이기 때문이 아니라, 공감할 수 있는 충분한 대중의 머릿수가 없기 때문이다.
SNL코리아는 이전부터 남녀를 불문하고 풍자와 해학으로 유머 핀트를 잡는 것으로 유명하다.
만약 '올리브영 세일 냄새'가 대중의 공감을 유도할 수 있었다면, SNL은 분명히 하고도 남았을 프로그램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무신사 상위 랭킹의 몰개성은 일부 사실이고, 이미 밈으로 자리잡아 있다.
블랙 코미디 특성상 과격하게 표현했지만, 무신사 상위랭킹으로 도배하면 클론룩(복제인간처럼 보이는 흔한 패션)이 된다는 것은 흔히 알려진 사실이다.
굳이 밈이 아니더라도 글자를 풀어 해석해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가장 잘 나가는 플랫폼에서 가장 잘 나가는 상품이라면 자연스레 길에서 마주칠 일이 높을 수 밖에.
특정 브랜드를 지칭하지 않겠지만, '클론룩', '길에서 많이 보이는 브랜드'.
라고만 검색해도 수두룩하게 괸련 착장이나 브랜드가 쏟아져나온다.
실제로 번화가 어디선가 몇 번이고 본 적 있는 인상이고, 이에 공감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댓글로 '무신사 상위 랭킹'에 대한 언급을 하는 이들이 많다.
이전까지 다같이 자학 / 비판하며 밈으로 소비해 웃어놓고 왜 이제와 불편함을 느끼는가?
내게는 이것이 참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불편해함으로써 오히려 스스로의 패션센스가 기준 미달이라 인정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필자의 제목을 보고 분노가 치밀었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보길 바란다.
여러분은 잘하고 있다!
아무도 무신사 랭킹을 보고 '진심으로' 욕하지 않는다.
웃을 타이밍에 여유롭게 웃어넘기는 것도 미덕이다.
결론
개성을 포기하는 대신 무신사 상위랭킹으로 입는 것은 전적으로 개인의 자유다.
오히려 개성이랍시고 다 늘어진 나시에 칙칙한 체크 셔츠 입을 바엔 무신사 쪽이 백번 낫다.
많은 사람들이 입는데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잘 입는 사람들 입는대로만 입어도 중간 이상은 간다.
유행 따라 흘러가는 것도 그저 가벼운 농담을 들을지언정 진정 손가락질할 이는 없을 것이다.
혹여 나중에 자기 스타일을 찾아간다 하더라도, 처음부터 굳이 무리할 필요는 없다.
무신사는 반짝유행 클론템도 있지만, 매니아층을 저격한 독창적인 디자인의 상품들도 판매하고 있다.
온라인 편집숍은 결국은 당신이 활용하기 나름이다.
물론 SNL 측 내부적으로도 '무신사에 피해를 끼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최소한 인지는 하고 있었을 것이다.
기존에 어떤 밈이 있었더라도 특정 기업을 직접 호명하는 것은 분명 경솔한 행동이었다.
대국민 사과까지 할 필요야 없겠지만, 최소한 앞으로는 스스로의 파급효과를 자각할 필요는 있다.
이번 사태를 피드백하여 실존인물이나 기업에 대해서는 조금 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기를 바란다.
내가 제시하고 싶은 협의안은 다음과 같다.
일종의 성공적인 노이즈 마케팅이었다 생각하고, 무신사가 유쾌하게 <무신사 냄새> 디퓨저를 내보면 어떨까!
괜히 소송하고 얼굴 붉히는 것은 상호 기업 모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무신사는 '무신사 냄새'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인정하는 꼴이 되기도 하고, SNL 측에서는 앞으로 더 소극적인 유머 코드를 써 재미가 반감 될테니까.
누구에게도 마이너스가 되지 않는, 좋은 결말로 끝을 맺었으면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바친다.
양측 모두의 팬으로써, 서로의 행보를 응원한다.
오늘도 읽어준 독자분들께 감사를 표하며.
글을 마친다.